영화 <센트럴 인텔리전스(Central Intelligence)>
편당 출연료로 보면 귀하신 연기자들이 득시글 거리는 할리우드지만, 분명히 그 사이에서도 드웨인 존슨은 꽤나 열일하는 배우로 보인다. 근육은 성실함의 척도라는 헬창들의 말에도 더욱 설득력이 실린다.
더불어 프로레슬러(심지어 챔피언) 출신이지만 그의 연기력은 논란이 없을 만큼 상당히 뛰어나다. 키가 클수록 말초신경까지 거리가 멀어서 연기를 못한다는 과학과 미신 사이의 분석은 분명 키 작은 명배우들을 위한 위로가 아닐까. 그 거대한 피지컬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기는 퍽 훌륭하다. <미스터 이빨요정>부터 <패스터>까지 널따란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그의 필모 자체가 커다란 증거다. <모아나>의 마우이 목소리를 맡아 열연한 성우 역할조차 연기력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작업이다.
이 남자는 심지어 욕심도 많아서 어디서 본 듯한 B급 코미디 영화에까지 종종 출연하는데, 그중 하나가 <센트럴 인텔리전스>다. 큰 놈 '더 락'과 작은놈 '케빈 하트'의 조합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세월을 역행하는 식상함을 두루 갖췄다. 미국 가정집마다 비슷한 영화 DVD가 다섯 개는 꽂혀있다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코미디는 그 식상함이란 안전망 덕에 여전히 성공적이다.
때로 북미권에서 액션 코미디의 지위란 하나의 하위 장르가 아니라 상업영화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미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어떻게 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지 수학공식처럼 훤히 알고 있어 보인다. 일부 한국영화가 추구하는 신파의 공식처럼 이런 미국식 코미디는 계속 만들어지고 여전히 잘 먹힌다. 한국과 미국의 사정을 굳이 비교하자면
이래도 안 울어? vs 이래도 안 웃어?
간의 치열한 전쟁이랄까.
<센트럴 인텔리전스>는 기본적으로 팝콘 무비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범죄, 액션, 코미디, 감동, 사랑, 가족, 친구, 행복까지...' 도대체 이 영화가 갖지 못한 점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될 즈음 영화는 끝난다.
일명 킬링 타임용 영화의 완벽한 종합 선물세트. 다만 문제는 그 선물세트 안에 있는 과자가 모두 맛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저예산의 허접한 CG와 시작부터 결말을 예측하게 하는 식상한 전개, 어이가 없을 정도로 후리한 영상미는 과연 2016년에 나온 영화가 맞는지 자문하게 하는 신선한 경험도 함께 선물한다. 배우진을 살피다가 '에이미 라이언'이나 '아론 폴'같은 얼굴 익숙한 배우가 나오는 걸 목격하면 노개런티로 우정출연을 한 것이 아닐까 눈을 의심하게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 웃긴다. 헛웃음도 웃음이니까.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정신줄을 살짝 내려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더 락의 찌질했던 과거로 묘사되는 살찐 비주얼도 꽤나 훌륭한 볼거리다. 그래, 인생에서 107분 정도 허비한다고 무슨 큰일이나 나겠는가.
마지막으로 분명히 밝히지만 영화에 나왔던 '한국남자 곧휴 드립'은 나의 감정을 조금도 상하게 하지 않았다. 신사는 유머를 유우머로 받아들일 줄 아는 법이다. 바보들 그러니까 한국에선 개봉도 못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