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장점에만 집착해서 내리는 잘못된 판단을 '천국의 오류(Paradise Fallacy)'라고 한다.
쾌락적응 혹은 초점의 오류라고도 부른다는데, 긍정적인 면에 압도되어 단점을 보지 못하고 반쪽짜리 선택을 하는 상황을 설명하고자 생겨났을 것이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최고의 장면만 모은 30초짜리 예고편에 속아 극장에서 2시간짜리 고문을 당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천국의 오류를 저지른다고 말할 수 있다.
스틸컷부터 느껴지는 망작의 스멜을 애써 무시하다가 서둘러 뒤로 가기 버튼을 찾는 유튜브식 오류도 빈번하다. 이것이 요즘 나의 일상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라면 <디센던트>는 안심해도 좋다. 애초에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 떡밥도 없거니와 시작부터 끝까지 찌질한 일상과 가족에 대한 속 터지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별 기대 없이 다가 온 이들에게 작은 선물 같은 감동을 툭 던지는 영화에 가깝다.
극의 중심인 맷(조지 클루니)은 어떤 불행도 대수롭지 않을 만큼 충분한 부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돈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어긋나는 사랑을, 불치의 병을, 속 터지는 자식들을 한 번에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그의 주변이 맷을 바라보는 시선은, 딱 우리가 하와이를 생각하는 인상과 동일하다. 파라다이스.
My friends on the mainland think just because I live in Hawaii, I live in paradise. Like a permanent vacation.
하지만 그 모든 무게를 짊어진 가장의 삶은 결코 지상낙원이 아니다. 그의 잔잔한 독백으로 시작해 속 깊은 독백으로 끝나는 이 가족 드라마는, 그래서 잘생긴 얼굴에 감춰진 조지 클루니란 배우의 깊이를 가늠하기에 특히 좋다.
부부 사이의 사랑과 때로는 그보다 중요한 자녀, 그리고 자연이라는 유산(Descendants)에 대한 평범한 질문들을 그의 중년미를 앞세워 묵직하게 던져온다. 개인적으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구작 <사이드웨이>보다 훨씬 더 좋았고, 요즘처럼 하와이가 그리울 때면 하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력이 있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유산은 큰 딸로 나와 영화 자체의 매력을 대변했던 '쉐일린 우들리'의 발견일 것이다.
최근에는 <빅 리틀 라이즈> 이후 활약이 좀 뜸하고,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다는 악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한때는 평범한 미국 소녀의 대명사 같은 매력으로 <안녕, 헤이즐> 캐리하기도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