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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Jan 07. 2021

한 겨울밤의 꿈 feat. 대설주의보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내가 언제 눈싸움을 해봤지?

마지막 눈썰매는 십 년이 넘은 것이 확실하고...

내가 만든 마지막 눈사람은 이십년 전으로 돌아가도 찾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올라프 미안해)


이렇게 꾹꾹 눈을 뭉쳐본 때가 언제던가.

뽀드득뽀드득-

걷는 소리가 귀를 때리던 때는 또 언제 적인가.


일하시는 분들께는 번거로운 짐이고

군인에게는 치워야 할 똥가루에 지나지 않은 눈이 내렸다.

그것도 참 많이.


아내와 이런 눈은 데이트할 때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며 말을 주고받았는데

천천히 곱씹어 보니 사실인 거 같다. (아내와 나는 만난지 십오년이 되었다)


실제 십오년만에 최대 적설량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의 눈을 함께 맞으며 걷고, 뛰고, 놀았던 적은 매우 분명하게 처음이다.


이번에는 특히 눈을 좋아하는 강아지도 함께다.

일단 눈이 왔으니 나가긴 해야겠고, 따듯하게 챙겨준다고 패딩조끼를 입혔더니

잔뜩 삐쳐서 노려보는 녀석을 반강제로 데리고 나왔다.


밤 11시, 눈을 보여주겠다고 채비하는 우리의 마음을 너는 아니?


창을 꽁꽁 닫아놓아 눈이 온 걸 몰랐는지, 현관을 나서자마자 녀석은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폭신한 바닥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댕댕이들의 습성 때문일까.

세상 전체에 하얀 카펫이 깔린 셈이니...

뛰고 구르고 엉덩이를 비벼대는 꼴에 우리도 절로 신이 난다.


우리는 아마도 서로에게 처음인 눈싸움을 했다.

반려견 산책을 위해 마련한 얇은 장갑이지만 힘껏 뭉쳐 서로를 맞추고 눈을 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윈이 역시 꼬리를 힘껏 흔들며 우리의 주책을 반겨주었다.

손 끝이 얼얼한 것을 보니 꿈은 아니구나! 내일 출근길은 부디 조금만 막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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