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윈이야기 Jan 08. 2021

오늘 산책은 쉽니다

한파경보에 대처하는 반려인들의 자세

잭 러셀 테리어를 키운다고 무조건 매일 산책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가지 않은 날들도 있었지만,

추워서 못 나간 적은 오늘이 처음이다.


반려견에게 옷을 입힌다고 해결될 온도가 아니다.

몸을 여차저차 가려준다 해도 발은 도무지 다독여줄 방법이 없다.

본디 밖에서 자는 것이 개라고

추위는 아랑곳 않을 줄 알았지만

웬걸... 온몸에 털옷을 두르고도 이 정도 추위에는 장사 없다.


눈밭을 직접 딛는 녀석들의 맨발은 잠깐만 나갔다 와도 주변에 살얼음이 낀다.


게다가 이런 험한 날씨에도 열심히 나가준 덕인지? 독인지?

다윈이 한쪽 눈에 결막염 기운이 있어, 산책은 애초에 접어둔 터였다.


아기 때도 과한 산책으로 인한 결막염이란 진단을 받았었는데...

이쯤 되면 우리를 위한 산책인지

진짜 다윈이도 즐기고 있는 건지 의심이 된다.


아무튼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오늘, 하루 종일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거실에 누워 현관문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녀석의 뒷모습이 퇴근길을 재촉했다.


형 퇴근하면 빨리 갈게 미안해!


신발 벗어던지고, 아내가 해준 따듯한 밥도 후다닥 먹어치우고,

공도 던지고 터그도 당기고

이리저리 인형도 흔들며 몸싸움을 해주었더니 그래도 곧 얌전해진다.


타일 바닥으로 냉기가 그대로 전해오는, 이제는 반려견 화장실이 된 베란다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을 보면 다윈이 역시 오늘 추위가 유별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챈듯하다.


그래, 이런 날씨에 형이 집에서 놀아주느라 고생했지 멍


같은 생각을 해준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손에 쥐가 날 기세로 삑삑이를 눌러대며, 인형을 흔들고 종종 괴성을 지르는 내 모습을 찍어 본다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살짝 미치면 역시 세상은 즐겁다.


근데 미친 사람도 추위는 탄다. 오늘은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지!

댕댕이들아, 우리 조금만 참자. 그리고 더 신나게 뛰자~



매거진의 이전글 한 겨울밤의 꿈 feat. 대설주의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