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완벽한 개는 없습니다
개털 깎는 밤 aka 셀프 미용
완벽한 것은 없다.
내 맘대로 완벽한 개에 근접했다고 생각하는
잭 러셀 테리어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털 빠짐이다.
그 털 뿜뿜은 가히 놀라울 지경? 아니 지랄이라서
당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검은 옷들을 의류수거함으로 보내는 기적을 보여준다.
자동차로 잭 러셀과의 동행을 생각한다면
중고차로 되팔 생각은 일찌감치 내려놓는 것이 좋다.
차 바닥은 물론이고 대시보드 곳곳을 떠다니는 흰털을 발견할 때면
그 사랑스러움에 이가 갈리고 절로 웃음이 난다. -_^
가끔씩 눈앞이 흐릿하다고? 아직 노안은 아닐텐데! 여지없이 안경알에 몇 가닥의 털들이 살포시 내려앉아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신의 공정함을 믿는 이유는
다윈이가 오고 나서 나의 비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사실인데...
이 변화가 진정한 치유인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적응인지는 내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점점 털 빠짐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차근차근 익혀가는 중이고
그 종착역은 바로 강아지 (셀프)미용이다.
내 머리털 한 번 깎아본 적 없고, 누구 머리 하나 땋아준 적 없던 내가
이 낯선 생명체의 온몸을 직접 뽑고, 깎고, 빗기는 일과는 여전히 어색하다.
하지만 팔자에도 없던 강아지 미용을 직접 하는 이유는
다윈이를 선택하며 했던 우리의 많은 다짐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이제는 꾸준히 지켜가고 있는 우리 집의 월례 행사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털 빠짐을 개선시키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월 마지막 주 주말쯤이 되면 우리는 작고 축축한 화장실에서
풀풀 떠다니는 털과 고군분투하며 4~5시간을 허공에 날린다.
그 긴 공사의 준비부터 마감까지 마치고 나면
우리의 주말도 털과 함께 멀리~ 멀리~ 떠나가지만
이렇게 보니
더 잘 생겼다며,
원래 저렇게 예뻤냐며,
서로를 더 닮았다며 티격태격.
억지 놀이와 바보 놀이를 번갈아 하며 사진을 한 장 찍어 남긴다.
녀석의 샴푸 향기가 꼬릿한 강아지 냄새로 바뀌는
다음 달 그 순간을 또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