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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Jan 06. 2021

산책 나오셨나요? 반갑습니다!

강아지가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고 나니

새로운 인간관계란 때때로 불편하고 어색한 일이 되어 버렸다.


회사를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업무로 연결된 건조한 통성명에서 크게 나아가는 일은 없었다.

그마저도 한 직장 같은 팀에서 오래 있다 보면, 종종 인간관계의 빈곤을 경험하기도 했다.


사람을 많이 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계는 새로운 갈등의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다다익선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님은 가늠할 정도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름보다 직책, 직책보다는 팀명으로 충분한 '명함'에 갇힌 일상을 반복하면서, 내게는 스스로를 소개하는 방법을 많이 잊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다윈이와 산책을 시작하면서 이런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먹식, 우노, 도리, 도스, 수호, 테오, 솜이, 빌리, 두기, 코코...


난생처음 불러보는 짧은 이름들은 매일 새롭게

또 킁킁거리며 다가왔고

나는 이제 같은 말을 반복하는 녹음기처럼 긴 인사를 줄줄 읊는다.


안녕하세요, 인사해도 될까요? 몇 살이에요? 이 친구 이름은 다윈이에요,
수컷이고 곧 2살이 된답니다. 여기로 산책 자주 나오시나 봐요?


반려견의 대변인으로

혹은 함께 반려하는 사람과 사람의 반가움으로

우리는 다윈이와 함께 조금 뻔뻔해졌고, 또 많이 능청스러워졌다.


길에서 만난 인연을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종종 초대받기도 한다.

학연, 지연, 혈연 그 탄탄한 어느 것 하나 없이

오롯이 견연(犬緣)으로 똘똘 뭉쳐 하루 건너 인사를 나누며 가족보다 자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 동네에는 많은 반려동물이 있다.

참! 우리 동네에는 또 그만큼 많은 반려동물의 가족들이 있었다. 그렇게 나와 아내의 기억 창고는 이 코로나 속에서도 꿋꿋이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영하 10도에 산책하다 만나는 인연이라니...

마스크 너머 서로는 느낀다. 그 뜨거운 전우애를!


산책 나오셨나요?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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