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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Jan 05. 2021

반려견과 함께 뛰다

산책은 만병통치약

긴 격무의 중간에 덜컥 휴일을 맞아서일까?

신년 연휴 갑작스러운 몸살 기운으로 하루를 온전히 반납하고 쉬었다.


찌릿한 두통과 등을 타고 오는 근육통을 느끼자마자 약국으로 향했고, 별생각 없이 갈근탕 하나와 이부프로펜 한 상자를 받아 나섰다.


증상은 어떤지, 열은 없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약사를 보며 "참 친절하시네"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약국을 나서는 문 앞에 붙은 A4 용지가 말해주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들어와 주세요]


맞다 지금 코로나구나!


속옷처럼 위화감 없는 마스크. 이제 코로나 사태가 온전한 일상이 되어버린 탓일까. 인간의 두뇌란 실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우리가 미증유의 날들을 보내고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게한다.


다행히 이리저리 찾아본 코로나 전조증상과 나는 별로 유사성이 없었고, 몇 번이나 재보아도 정상범위인 체온이 "응 넌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역시 단순 몸살이었는지 약도 잘 들어서 먹고 한 숨 자니 쑥 가라앉았는데, 잠을 뒤척인 탓인가... 아니면 (거의 확실하게) 연휴 동안 너무 스마트폰만 들여다봐서인가. 목 뒤가 뻐근한 느낌은 오늘 아침까지도 가시지를 않았다.


저녁 퇴근길, 추위가 살짝 숨은듯해 저녁을 먹곤 다윈이와 운동장을 나가 뛰었다.


잠시 걷다가 들어올 생각에 맨투맨+슬랙스+패딩 퇴근 복장 그대로였지만... 조금 몸이 풀리고 나니 오히려 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날려 준 눈가루 덕에 녀석은 신이 나서 지치지도 않았고

나는 길이 얼어 미끄러질까 조마조마했지만, 녀석의 뒤를 밟으며 더욱 힘껏 뛰었다.


얇게 펼쳐진 눈길에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이 아이처럼 좋았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목 뒤의 뻐근함도 뜨거운 땀과 함께 긴장을 푼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올해의 첫눈을 머리 위에 잔뜩 쌓았고

오늘 밤 깊은 잠으로 조금 남은 몸살 기운까지 날릴 피로도 쌓았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오늘 산책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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