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우리의 흔해빠진 이별
"이게, 대화니?"
너의 이 한마디가 우리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전혀 몰랐다. 우리가, 네가 이렇게 끝날 줄.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내뱉은 탄식의 음성을, 어쩌면 제발 좀 알아달라는 마지막 간절한 부탁을_
그 무게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함께 한 5년 여의 추억들 중에서 가장 격렬했던 그 날의 첫 다툼이_
우리 둘의 마지막 추억이자, 둘이 된 각자가 짊어질 추억이 되었다.
눈치 없고 염치없는 나는, 여느 날과 같은 싸움들 중 조금 심했던 하루일 뿐이라 생각했다.
서로 왜 그랬는지 기억도 못하고 머쓱 웃으며_ 금세 발그레 입 맞추고 다시 손잡고 걸어갈,
앞으로 펼쳐질 그 많은 아웅다웅한 날들 중 하루일 거라고.
전화 너머 그 음성에서 너의 상처와 애끓음을_ 보지도 듣지도, 헤아리지도 못했다.
그저 평소보다 화가 조금 더 나서 시간이 더 필요하겠거니 했다.
며칠 일 문제와 사람 문제로 예민해진 우리가_ 앞으로도 겪을 수 있는 많은 무수한 날들 중 하루일 뿐이리라.
그렇게 우리는 헤어져버렸다.
이런 것도 이별인가, 5년을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질 수도 있는가 어리벙벙했던 나는_
너를 기다리기만 했다.
아니, 어떤 우리인데, 우리가 어땠는데,
끝내 극복 못할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래도록 가슴에 박힐 심한 말을 찔러댄 것도 아닌데_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기적처럼, 정말 인연처럼 더 아끼고 오래 행복했는데.
얼굴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바라보고_
한 번만 더 잡아보지 못하고, 돌리려고도 안 해보고
하루 즐거웠던 사람들처럼,
서로 별 볼일 없었던 사람처럼 끝이 났다.
화를 넘어 선 분노였다, 처음엔.
나는 너에게, 너는 내게 뭐였나.
그 정도였구나, 우리는. 너라는 사람은, 너에게 나라는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니었다고, 서로 예민했었던 거라고, 오해한 거라고.
그때 우리 마음이 너무 팍팍해서 그랬던 거지, 내 진심을 안다고 생각했다고_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그랬다고, 늦은 밤 전화통화로 단번에 칼로 베듯 헤어지기엔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고, 차라리 만나서 눈 보고_ 단단하고 간단히 안녕하고 일어나서 가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미안하다고.
그냥 한 문장이든, 한 마디든 하고 싶었다.
한동안 그런 생각들이 머리와 가슴속에 계속해서 차올랐다. 어떤 날은 미워하고 다음날은 보고 싶었고_
그 어떤 날은 미워하면서 이해하고, 그리워하면서도 금세 돌아앉아 마음을 닫으며_
혼자서도 너무 많았고, 가만히도 너무 바빴다.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미쳐가게 되는 거구나.'
더 빠른 두뇌회전으로, 점점 더 깊이 있는 사색으로_ 너와의 헤어짐을, 이 모진 감정들을_
지겹도록, 오롯이 겪어내었다.
제발 빨리 흘러가 주었으면, 내일이 되면 폭삭 늙어져서 그저 흐릿하게 웃을 수 있는 기억이 되었으면 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왔다.
우리도 결국, 흔해빠진 이별 이야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너와 나는 뭐 그리 대단히 다를 거라 생각했을까.
다만, 몇 년이나 흐른 지금에도 너를 떠올리면 그립다.
진부하고 뻔하고, 천박하고 통속적인 연인이었어도,
우리가 나눈 게 얄팍하고 후진 사랑이었을지라도_
나는 되돌린대도 또 해볼 것이다, 보다 평범한 연인으로_ 지극히 보통의 사랑으로.
다만_ 다시없을 이 시절, 생때같은 우리에게 찰나마저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