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내딜 힘만 있으면 된다.
개미 같은 자여.
밖을 나설 때마다 '배가 본드'가 떠올랐다.
아, 개미 같은 나여.
부지런히 걷고 걷는 나는, 방향을 잃고 잘못 든 길을 헤매는 나에게는_
고작 장을 보러 마트로 향하는 것도, 밝아 든 아침을 맞는 모닝커피 한 잔도 큰 맘먹고 단행해야 할_
멀고 먼 여정이었다.
골목길마다 편의점이 있고 건너편마다 카페가 보이는,
그 어딜 가려도 버스로 지하철로 택시로_
빠르게 더 빨리, 더 짧은 동선으로, 제일 효율적으로_
그런 곳과 시간에 익숙해진 나에게
퍼스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한적한 이 곳의 하늘과 땅이 만나 활짝 펼쳐진 지평선, 어디까지 든 가보라는 쫙 뻗은 길들, 영원히 펼쳐질 듯한 광활한 대지는_ 천적이 없어 더 심심한 야생의 세계처럼 보였다.
잘못 들어 버린 길에서 뜬금없이 마주친 공원 덕분에 잠시 앉아 쉬었다.
길게 흐르는 개울 건너 누군가 정성 들여 가꿔 놓은 꽃밭에는_
고루고루 예쁜 꽃잎 색들이 물들어 있고,
부쩍 내리쬐는 해에 한 껏 더 말갛게 푸르러진 잔디가 또 아득하게도 펼쳐져 있었다.
짙은 편안함을 주는 보랏빛 라벤더 향기를, 자연히 명상하듯 찬찬히_ 더 깊은숨으로 한 껏 들이마셔본다.
"처음 여기 와서 드라이브를 하는데 산봉우리 하나 없이 속 시원하게 트인 평야를 보니까,
눈물이 흐르데요. 나 왜 이러니, 촌년처럼 청승맞게 하면서도_ 가슴속 답답함, 마음속에 응어리 같은 게 싹 씻겨 내려가면서- 속이 다 후련했어요.
그렇게 묵묵한 땅을 한참을 바라보고 나니까, 다시 해보자는 용기 같은 게_ 잘되고 말고를 떠나서_ 난 괜찮을 거라는 편안함이 생기더라고요."
이혼 후, 모든 걸 정리하고 죽을 마음으로 다시 살아보겠다고 퍼스 땅을 밟았다던_ 숙소 아주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가슴속 깊이까지 스며든 라벤더 향기 덕분인지, 마침 바뀐 상쾌한 음악 덕분인지_
먼지 같은 나를 한계 짓는다고 생각했던 이 너른 땅을 마음껏 쏘다녀 보고 싶어 졌다.
탐험가의 정신으로, 모험가의 자세로 많이 보고 깊이 느끼며-
저 지평선 너머, 더 넘어 머나먼 곳까지도 가 보자.
잔디를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선다.
타박타박, 타박. 개미가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