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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Apr 27. 2021

'애'와 '개'가 함께 행복한 세상

아이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지켜야 할 매너

행복한 주말 아침, 게다가 감사하게도 날씨도 미세먼지도 없는 귀한 날!  

이미 잠에서 깼지만 편히 뒹굴뒹굴하는 남편을 보니, 다윈도 주말이라는 걸 아는지 아침부터 좋다고 웃는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리드줄을 물어오는 다윈! 어서 줄 채워달라고, 빨리 나가자고 하는 개인기다. 

하아, 이번 주말도 아침부터 빽빽한 스케줄이 예상된다. 


"알았어, 알았어! 너 아침밥도 먹어야 하고, 우리도 커피 한 잔만~ 다윈!"  




조금 서둘러서 도착한 공원. 일찍 오길 잘했다. 주차도 편히 했고, 이렇게나 드넓은 공원에 몇 팀뿐이다. 커피와 김밥을 사서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다윈은 10m짜리 긴 리드줄로 바꿔주고_ 신나게 원반 던지기와 공놀이 한 판을 시작한다. 


한참을 신나게 놀고 나서야 조금 지친 다윈.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단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캠핑 의자와 간식거리, 야구 배트, 축구공까지 챙겨서- 햇살도 바람도 완벽한 날이기에, 모두들 이 봄의 끝을 잡고 만끽하러 나오셨다. 갓난아기가 있는 가족들이 조금씩 우리 쪽으로 걸어오자, 바로 다윈을 앉혀놓고 쉬자고 달랜다. 아이들과 놀고 싶어 하는 다윈도 경계해야 하지만,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달려오는 아이들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와 '개'는 참 닮았다. 어른이 소개만 잘 해준다면,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될 것이다.  

"공원 산책하고 있는데_ 어떤 아이가 우리를 보자마자 소리 지르면서 뛰어왔어요. 그래서 얘는 같이 놀자는 줄 알고 흥분하기 시작하니까, 아이는 놀라서 또 소리 지르고... 참다못해 '그러면 안된다'라고 한 소리 했더니, 아이 엄마가 그러게 왜 나왔냐고 따지는 거 있죠!"  


"그냥 조심히, 조용히 지나가려는데- 꼭 엄마들이 '멍멍이다!', '인사해!'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게 강아지한테는 인사가 아니잖아요, 산책을 방해할 뿐이지... 멈추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는 인사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_ 엄청 스트레스받아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단체로 산책 교육받고 있는데_ 온 가족이 가만히 구경하는 것 같더니, 엄마 아빠가 '쟤는 못생겼네.', '쟤는 비싼 종이야.' 이런 말이나 하고, '저 작은 애는 착한 것 같아, 살짝 만지고 와 봐.' 하잖아요?! 애한테 뭘 가르쳐 주겠다는 건지, 원." 


개 육아 선배들에게 이런 에피소드를 들었던 이후로, 우리는 아이들을 볼 때 훨씬 더 조심하기로 했다. 줄도 최대한 짧게 당겨 잡고, 다가오기 전에는 잠시 멈추거나 조금 더 떨어져서 걸어가려 한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에게 사고나 불쾌한 경험을 주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고, 서로 배려와 매너를 지켜야 하는데_ 당연하게도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강아지를 보여주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강아지를 만나고 인사하고, 함께 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생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싶은 건지가 명확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아니면 부모님 역시 개나 고양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없어 귀여울 뿐, 딱히 무언가 교육용으로 삼기보다는 '그냥 재밌잖아'이겠거나. 

하지만 개들이 주인을 닮아가듯, 아이들도 부모님의 태도와 반응으로부터 배우기에_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와! 강아지다!'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다윈은 아기, 아이들에 대해- 아직까지 좋은 경험만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가오는 아이가 있다면 적당한 선에서 먼저 피하지는 않는다. 대신, 서로 나쁜 경험이 되지 않도록 나도 조심하고, 아이에게도 조심해 달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가 다가와 '멈머야, 안녕!' 하면, 내가 '동생아, 안녕~ 반가워!' 하는 편이고_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다윈은 항상 한쪽 구석에 앉아 있게 하고, 아이가 타면 다윈의 앞을 미리 막아선다. 그렇게 우리가 먼저 배려해야, 타는 엄마와 아이도 조심하고 배려해 준다. 


하지만 아이가 왜 아이이겠는가! 조용한 산책길에 갑자기 까르르하고 달려와 갈 곳 잃은 손으로 다윈을 만지려고 하는 친구들도 간혹 있기는 하다. 다윈은 놀랐다가 신났다가, 손으로 자신을 때리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겁도 먹었다가_ 지켜보는 내가 더 정신 사납다. 

 

"그렇게 만지면 강아지가 안 좋아해. 자, 이렇게, 이렇게_ 등을 살짝살짝 쓰다듬어줘야 돼. 와! 잘하네!!" 


내가 먼저 다윈의 등을 차분히 쓰다듬어 준다. 그러면 아이는 곧 배워서 사랑스러운 조막손으로 다윈을 만져준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부모님도 흐뭇하다.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_ 이런 즐거운 경험들이 아이에게도, 그리고 다윈에게도- '개'에 대한 긍정적 인식, '아이'에 대한 즐거운 인식을 평생 갖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면! 이 아이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인생은 어떨까?! 내가 유치원도 가기 전, 아버지가 나를 위해 데리고 오신 복슬복슬한 강아지 '아롱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만약 우리 부모님과 함께한 나들이에서 견주와 다투는 일이 생기거나_ 혹여 강아지가 덮쳐 다치거나 물렸다면_ 아마 나는 다윈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유년 시절에는 정다운 털북숭이 절친이 있었기에 참 따뜻했다. 다시 한번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 



12살 소년의 폭력에 의해 심장마비로 즉사한 고양이, 폰즈.


얼마 전, 미국에서 고양이의 목줄에 걸려 넘어진 12살 아이가, 화가 난다며 고양이를 내동댕이치는 바람에_ 그 고양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즉사했다. 무슨 짓이냐며 따지는 보호자에게 소년의 부모는 '우리 아들이 댁의 고양이 때문에 넘어지지 않았냐'며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이 아이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리고 폭력에 대해 가르침을 줄 '어른'은 없었다. 이 아이의 부모는 진정 아이의 '보호자'가 맞을까.    


같은 날 오후, 김포에 있는 아웃렛으로 이동했다. 한쪽에는 야외 강아지 놀이터도 있어_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주말에 가끔 들르는 코스이기도 하다. 역시 엄청나게 붐빈다. 그리고 역시, 반려견 놀이터이지만 아이들도 놀러 온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듯한 꼬마 아가씨와 할머니, 엄마 아빠 한가족. 갑자기 다윈에게 인사하자며 다가오셨다. '예쁜 아가, 안녕~' 하고 우리 부부가 응수한다.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게 하자, 다윈이 다가간다. 꼬마는 겁을 먹지도 않고 다윈을 좋아해 주었다. 온 가족 얼굴에 행복이 스며든다. 아기도 차분하고, 다윈도 차분해서- 서로 잘 맞는 한 쌍 같다. 내친김에 하이파이브까지 보여주니, 엄마 아빠는 꼬마 아가씨가 신기해하는 모습에 마냥 좋으신가 보다. 몇 번을 감사하다고 인사하신다. 아기와 다윈의 좋은 경험이 또 한 번 쌓였다. 아이들과 개는 사실 얼마든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부족한 것들은 배려해 주면서- 금세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가 될 것이다. 단, 어른들이 제대로 길잡이만 해준다면 말이다.  

다윈의 봄은 코로 온다. 



아이와 강아지, 설레는 첫만남 가이드     


1. 강아지를 보여주는 경험으로,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재미로', '한 번 보라고' 정도의 목적이라면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합니다.  


2. 사람처럼, 강아지는 모두 다릅니다. 아이를 무서워할 수도 있고, 놀자고 너무 흥분할 수도 있고, 아이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호자에게 먼저 "인사시켜도 될까요?" 하고 물어봐 주세요.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귀여워서, 예뻐서- 무턱대고 말을 걸거나 갑작스레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요. 보호자에게 의사를 묻는 것은 너무나도 기본적인 매너입니다. 존중해 주세요.    


3. 개는 냄새로 인지하는 동물입니다. 손등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는 것이 개의 인사법이니, 엄마 아빠가 먼저 보여준다면- 아이도 재밌게 배울 수 있어요. 아이가 흥분해서 소리지르거나, 좋아서 뛰거나 하면 개는 더 흥분합니다.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대할 수 있게 해주세요.   


4. 만지거나, 놀이를 할 경우에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싫어할 수도 있고, 만져주길 원하는 곳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_ 보호자가 제안하는 대로 아이를 가르쳐주면 보다 잘 교감할 수 있습니다. 


5. 강아지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아이에게도 강아지에 대한 매너는 필요합니다.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도망가버리는 대신에, 조용히 자리를 피하거나 견주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어이, 친구! 난 준비 됐어! 어서 던져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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