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윈이야기 Apr 21. 2021

우리 댕댕이 건강하게 키우기

휘둘리지 않는_ 똑똑한 개엄마가 되려면

"다윈 눈이 이상해!


이삼일 전부터 다윈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지켜봤지만 결국 다음 날엔 누런 눈곱까지 생겼다. 봄철에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눈병이 종종 난다는데_ 별다를 것 없이 평소대로 산책만 했건만... 확실히 황사와 미세먼지는 다음 세대에게까지 물려줄 수밖에 없는 끔찍한 유산이 돼버린 건가. 일상을 뒤덮어버린 마스크처럼, 어쩌면 어린아이들에게 미세먼지 없는 나날들이 더 어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숨이 막힌다. 


 누런 눈곱을 몇 번이고 식염수로 닦아내도 소용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결막염인 것 같고, 안약은 처방전이 있어야만 한다. 어쩌지, 벌써 토요일 저녁이 되었는데! 

징조가 있었을 때 바로 갔어야 하는데, 괜찮겠지 하며 미적대었다가 일만 키웠다.  



"24시 동물병원 가자." 


웬일이야. 이건 남편 녀석의 제안이었다. 평소의 남편이라면 별 일 아니라며 월요일까지 기다려보자고 했을 텐데, 다윈이 아프다는 말에 나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니_ 영락없는 개아범이다.    


다윈을 안고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결막염이 맞았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안약을 처방하기 위해서 눈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검사하는 게 좋겠다는 수의사 선생님의 말. 

  

"눈 정밀 검사를 한 번 해보시겠어요?"


갑자기요? 단순 결막염이고, 이제 6~7개월 차인 강아지인데.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과잉진료'인가? 내가 입을 떼기도 전, 남편이 먼저 선을 그었다. 물론 검사해서 다윈의 눈 상태가 어떤지 속속들이 알면 나쁠 건 없지만_ 우리는 다윈이 성견이 된 후, 정기검진을 받아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에게 딱 맞는, 좋은 병원을 찾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과잉진료는 기본이고, 뉴스에 나오는 진료 사고들을 보면_ 말 못 하는 짐승에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은 수준이다. 수술대에서 강아지에게 방향제를 뿌리고 깔깔대며 웃는 의사도 있고, 간단한 시술을 행하면서도 의료 사고로 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어놓기도 한다. 입원을 강권해놓고는, 적절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퇴근해버리는 의사도 있다. 다윈을 키우는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다. 스스로 직업적 존엄과 숭고함을 좀먹으며 '의사'이길 포기하는 수의사들이 왜 이토록 많은 걸까. 비열하고 졸렬한 인간들이 나누어 놓은 생명의 가치와 경중은 이렇게나 다르다.   


다윈의 안약은 총 3가지였다. 아직 어린 강아지에게 약을 많이 쓰는 게 좋은 일도 아닌데, 뭘 이리 많이 주나 싶을 만큼, 수시로 넣는 약까지 있었다. 결막염 처방 및 치료 비용이 십만원이라며 친절히 웃으시는 간호사분을 보면서- 카드를 건네는 남편의 미소가 참 쓰다.   

   

"다윈! ...와, 무슨 병원비가... 너, 효도해라." 


괜히 다윈에게 지청구를 늘어놓는 개 아빠 녀석. 

  

"효도는 무슨. 건강한 게 효도지." 


다윈 이 녀석은 눈만 꿈벅꿈벅. 긴장이 풀렸는지 내 품에 폭 안겼다.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접질려도 개엄마는 무한 걱정... 아프다는 말이라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결막염 사건 이후, 병원을 열심히 조사했던 남편이 좋은 병원을 찾아냈다. 

  

"우리 앞으로 여기 다니자! 진료 시간도 충분히 길고, 동네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곳이라 믿음이 가. 평가도 좋네, 과잉 진료 안 한대." 


그렇게 찾아낸 병원에서 다윈의 중성화도 했고, 매달 해야 하는 심장사상충이나 기생충 검진도 받았다. 오래된 만큼 낡은 느낌이 있었지만, 병원 후기대로 의사 선생님은 좋은 분이셨다. 괜찮은 건 괜찮다, 필요 없는 건 하지 말라고 하셨고_ 무엇보다 다윈을 진심으로 예뻐해 주시는 것 같아 좋았다. 



"이번 접종할 때는 다른 병원에 한 번 가보자. 집이랑 좀 더 가까운 곳으로- 혹시 급할 때를 대비해서 한 군데 더 알아 놓으면 좋을 것 같아." 


난 꽤나 단순해서 한 곳을 정하면 끝이라 생각하는데, 남편의 또 다른 제안도 괜찮겠다 싶었다. 개엄마들마다 추천해준 병원은 달랐지만, 정말 괜찮은 곳 한 군데를 꾸준히 다니기 전에는- 사람처럼 병원 쇼핑도 해보는 게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와 수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과 내 강아지 사이의 궁합도 맞아야 한다며. 우스운 표현이긴 하지만_ 내 개에게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볼 수도, 진료하는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양심적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병원 한 곳을 찾았다. 생명사회적 협동조합 병원이다. 개육아 선배들에게 추천받기도 했었지만, 먼저 찾아낸 병원이 있어서 나중에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곳이다. 협동조합이기에 수의사분들이 개인병원과 같은 살가움과 친밀함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정해진 진료와 치료만 하는 정직함과 신뢰가 있는 곳이라고. 하긴, 병원 자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다윈인데 의사 선생님이 간식을 주며 환심을 사서 무엇하나. 진단이든 처방이든 명확하게 내리고 빨리 나오는 게 낫지.   


"심장 사상충이랑 내부/외부 기생충 약, 매달 먹이면 도리어 안 좋아요. 약이 얼마나 독한대요." 


"병원에 뭐하러 가요, 쓸데없이 진료비만 더 나오지. 저희는 약 따로 사서 먹여요." 


"심장 사상충 약을 겨울에까지 먹일 필요가 뭐가 있어요? 밖에서 사는 애들도 아니고, 겨울에는 모기도 없는데. 야외 활동 많은 시기에만 먹여도 충분해요~"


그리고 다시_ 봄맞이 다윈의 예방접종이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너무 의견이 너무 분분해서, 예방 접종에 관한 문제도 나만의 원칙과 기준을 가져야 하는 사항이 되었다. 밝히자면 우리 집은 지난겨울부터 다윈의 심장 사상충 약과 구충제를 쉬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정도를 건너뛴 것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지만, 단지 가능성을 위해 독하다는 약들을 매 달 먹이는 것이 과연 이 작은 몸에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저런 채소와 허브류를 찾아 챙겨 주었다. 강황이나 생강, 소량의 마늘, 페퍼민트 등등_ 다른 개엄마 말을 들으니 호박씨 가루, 각종 영양제들도 함께 줘야 한단다. 정말 어디까지나 건강기능 보조식품 정도일 뿐이겠지만.  


우리가 수의사들을 충분히 신뢰한다면 논란의 여지도 없었을 텐데_ 어떤 개엄마는 수의사야말로 '비즈니스 맨'일뿐이라며, 스스로 공부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국내외 인터넷과 유튜브에는 '매달 먹여야 한다'와 '오히려 자가 면역력과 간 건강을 해치니, 최대한 안 먹여야 한다'로 아직까지도 분분한 것 같다.  

 일단 '매달 심장사상충 약과 구충제를 먹여야 한다'는 입장은 수의사들이었다. 미국의 수의사협회, 심장사상충협회에서 표준 방침으로서 권장하고 있음을 근거로 제시하며. 그 반대는 하필 수의사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FDA에서도 사상충 약 성분 중 위험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음에 주의를 준 적도 있고, 애초에 그 병을 일으키는 모기는 도심 속 실내에서 볼 수 있는 집모기 종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비전문가인 사람들의 말을 믿기에도 불안하고, 어차피 하나의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수의사들의 논리도 무조건 따르기 꺼림칙하다. 알면 알수록, 고민하면 할수록 잠들어 있던 나의 우유부단함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강아지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이 천방지축 녀석! 걱정하는 내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밖에만 나오면 마냥 즐겁단다. 


"우리도 독감 주사 매 년 안 맞지만, 또 다행히 안 걸리잖아. 심각하게 생각하면 끝도 없지 뭐. 수의사들은 혹시나 예방을 못하고 놓쳐서 병에 걸리는 경우에 초점을 맞추는 거고_ 다윈을 방치해 놓지 않는 이상, 그렇게 쉽게 걸리지도 않아."


다시 속 편한 소리를 하는 남편의 말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겨우 1살이 된 다윈에게 겨울철에까지 매달 약을 먹일 필요가 있겠느냐는 결론을 냈었다. 그리고 다시 무더운 날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윈이가 꽤 오래 병원에 안 왔었네요. 심장 사상충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_ 태연하게 지냈다가 갑자기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매달 약을 먹였어야 했나 싶은 후회도 든다. 그 짧은 사이에 마음이 어찌나 시끄러운지_ 차라리 내 검사였다면 마음 편했을 텐데! 

 이윽고 결과를 알려주시는 의사 선생님. 검사 진행 방법부터 차근차근 말씀해 주신다. 오늘따라 천천히 부드럽게_ 에둘러 조심스레 설명하시는 선생님이 야속하다. 


'선생님, 제발요... 저 성격 급해요, 다윈 괜찮은 거죠?!!'


다행히, 혹은 당연히_ 음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아직도 갈팡질팡 결론을 세우지 못한 나의 입장 때문에 혼란스럽다. 병원 문을 나서는 남편은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검사비용이 매 달 약 값이랑 비슷해. 매 달 약 먹이거나, 겨울에는 쉬고 그다음 해에 검사하거나_ 둘 중 하나야."   


집에 돌아온 나는 다시 검색을 시작한다. 다윈도 성견이 되었으니, 다윈 건강관리에 대한 나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근거들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이제는 '누구 엄마의 경험', '개인적으로 알아본 의견', '인터넷에 있는 카더라' 같은 이야기는 뒤로 하고_ 최대한 전문 기관이나 합당한 근거들을 토대로 조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의사의 의견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합당한 근거로서 존중하되- 내가 알고 모르고의 문제는 다를 것이다. 내가 분별력을 가져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혹여 모를 불미스러운 일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즐겁게 노는 개린이들. 이 미소 끝까지 지켜줄 수 있도록, 개엄마가 더 노력할게!

크게 우리 집 다윈의 건강을 위해 신경 써야 할 사항은 매 달 해야 하는 심장사상충과 구충, 그리고 매 년 해야 하는 예방 접종 5가지(종합백신, 코로나 장염 백신, 켄넬코프, 신종플루, 광견병)와 건강 검진이 있다. 약과 백신을 맞는 주기에 대한 의견이 너무나 분분하고, 또 굳이 맞아야만 하는가의 회의적 의견도 많았기에, 나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새끼 강아지 시절 5차 예방접종까지 마친 다윈은, 올해 예방 접종을 해야 한다. 나는 우선 항체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가 면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굳이 독한 백신을 투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나서 부족한 부분은 접종할 생각이다. 물론 우리나라 법 상, 광견병은 매 년 맞아야 하기에 광견병 백신은 1년마다 맞게 하겠지만. 

 그리고 한겨울에는 심장사상충약을 급여하지 않고, 차라리 다음 해에 사상충 검사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결론지었다. 아직까지도 끝내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항이기에, 평소에 관리를 잘하면서 독한 약은 최소한으로 하고_ 대신 검사를 더 철저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최대 4개월 정도만 약을 멈추고, 봄부터 다시 약을 급여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윈의 건강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 이 또한 너무 어릴 때부터 건강검진을 철저히 챙겨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평균적으로 강아지 나이 4, 5세 정도가 되면 성견을 지나 노견이 되는 시기이기에_ 그때부터는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더 철저하게 관리해 주려고 한다. 


아직 나에게도, 다윈에게도- 면역력과 근육 발달, 슬개골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충분한 산책과 별도의 신체 운동, 꾸준히 양치 잘하기, 그리고 인스턴트식품처럼 밀가루와 MSG 가득한 간식보다는- 채소나 건강에 좋은 음식 챙겨주기 등으로 기본적인 관리부터 잘해주려 한다. 다만, 내 방식으로 개를 돌보다가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어 병을 얻는다면 그 후회와 죄책감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를 알기에_ 비과학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나 개인적 의견으로 다윈을 실험하게 되는 상황은 절대 없게 할 것이다. 아마 나의 의견과 방식에 어떤 개엄마는 반대할 것이고, 또 어떤 개엄마는 찬성할 것이다. 방법은 달라도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그 사랑은 같을 것이기에_ 나와 다른 방식과 의견을 가진 개엄마들의 입장도 존중하고 지지한다. 그들도 자신의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고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테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50살까지만 살아다오! 오늘도 난 주문을 걸어본다. 강아지의 수명은 왜 이리도 짧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윈, 오빠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