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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Jul 31. 2020

반려견과 처음 자동차를 탔다

개와 함께 여행하는 방법 (feat.카시트)

어린 강아지는 모든 것이 낯설다.


견생 4개월차

다윈에게 자동차는 태어나서 처음 접한 신문물이다.

시끄럽고 흔들리고 갑갑한 차안에서 멀미를 하진 않을까?

우리는 녀석을 데리러 가는길부터 초조했다.


동배들과 지내던 김포를 떠나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망원동까지 1시간 남짓,


조수석에 앉아 잔뜩 긴장한 그녀의 품 속에서

녀석의 첫 여행은 시작되었다.


특유의 무덤덤한 성격 덕분일까?

다윈은 토하지 않았다.

그저 멀미를 느끼는지

작고 깊은 숨을 하악 토하듯 내뱉으며

우리 마음을 두어번 롤러코스터에 올라타게 해주었다.


녀석을 위해 쉬어간다는 핑계로

우리는 돈까스집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고 나왔다.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커다란 돈까스 집에서

나는 미리 음식 2개를 주문해놓고

(나는 등심 그녀는 안심)

텅 빈 앞자리를 마주하곤 조금 식은 돈까스를

맛있게 그리고 허겁지겁 먹고 나왔다.

나 다 먹었어 빨리 다녀와~


세상에 거의 모든 식당들은 사람만을 위한 곳이다.

아뿔사! 사람이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구나...

사람이 아닌 녀석과 가족이 되면서 이 단순한 사실을 뼈에 새긴다.


앞으로 녀석과 함께 다닐 생각을 하니 조금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왔던 길을 되돌아 갈 만큼 우리는 무책임하지 않았다.


작고 오동통한 엉덩이를 한쪽 팔로 받치며

아직 젖내 가득한 녀석의 몸을 넘겨 받았다.


다윈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 돈까스를 먹고나온 내 손가락을 연신 핥을뿐이다.


동에서 서로

바다와 산, 강과 저수지

추운날, 뜨거운 날, 바람부는 날, 비오는 날

우리 앞에 펼쳐진

무한한 드라이브의 가능성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자연상태의 개는 수십km의 활동 반경을 가진다고 한다.


다윈은 우리 삶의 활동 반경을 바꾸었다.



Q. 반려견과의 첫 여행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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