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윈이야기 Jul 31. 2020

개춘기

견생 7개월 반항이 시작되었다.

봄(春)이 왔다.

다윈에게도 춘정(春精)이 찾아온 것이다.


2019년 8월 11일생, 견생 7개월 차.

잭 러셀 테리어 다윈의 개춘기 이 봄의 따듯한 바람처럼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본디 태연하고 유유자적하며 누구보다 개답지 않은 모습을 자랑하던 녀석은 어느새 조금씩 개어른이 되어 간다.


첫째, 자기주장이 명확하다.


밥통을 빼앗아가도 무덤덤...

맛있는 간식을 줬다 뺏어도 무심하던 녀석은 이제 개껌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몸통 박치기를 날린다.

우다다다!

자신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거침없이 침대로 뛰어들며, 궁금한 곳은 꼭 냄새를 맡아야 직성이 풀린다.


산책을 이끄는 것이 이제 다윈이다.


둘째, 말을 안 듣는다.


다윈은 이제 구속받기 싫어한다. 단 하루 만에 마스터했던 켄넬 교육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강제로라도 넣을라치면 녀석의 몸은 오징어가 된다. 자동차로 이동하기 위해 켄넬에 들어가게 만드는 일은 두 인간의 몸과 마음을 녹초로 만들어야 끝이 난다.


제발 들어가 줘! 다윈


예쁘고 하얀 강아지가 곁을 지나거나 비둘기 무리와 마주칠 때면 녀석은 귀를 닫는다.


목청껏 부르짖는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제 녀석은 자신의 이름을 안다. 그리고 선택적으로 응답한다.


셋째,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어린 다윈의 마음은 늘 평평했다. 우리의 하루는 그저 평화로우며 마음을 녹이는 녀석의 애교가 알알이 박혀있을 뿐이었다.


개춘기 다윈의 마음은 질풍노도다.

아침 먹고 기뻤다가, 산책이라도 건너뛸 눈치면 잔뜩 뿔이 난다. 재택근무 중인 내 방문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앓는 소리를 내다가 이내 컹컹 짖는다.


괜스레 발에 차이는 장난감을 물어뜯기도 하고, 당장 나가자며 목줄을 물고 와 내 앞에 떨어트린다. 그렇게 의자 밑은 녀석의 놀이터가 된다.


요즘은 부쩍, 베란다에서 허망하게 밖을 쳐다보는 일이 잦다. 연신 코를 움찔거리는 녀석을 볼 때면 없던 죄책감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봄바람 좋은 날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가 물러가면


좋은 친구들과 한강을 나란히 걷게 해 주어야지-


한강이 얼마만인가... 우리에게도 은 왔다.


Q. 개춘기 극복하는 꿀팁 전해주실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잭 러셀 테리어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