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식욕 잃은 강아지들
"안녕! 오늘 여름이 밥 먹었어요?"
"왜! 코코 오늘도 아침 안 먹었어?! 아이고, 어떡해. 엄마 속상하시겠다!"
다른 강아지들의 밥투정과 단식에 걱정하며 시건방진 조언을 하던 나였다. 사료에 동결건조 간식이나 코코넛 오일을 뿌려보라는 둥, 걱정된다고 손으로 한 알씩 떠먹여 주면 안 된다는 둥... 그걸 누가 모르냐?! 오지랖 부리며 뻔한 말이나 해대고_ 개부모님들이 얼마나 어이가 없으셨을까.
"기다려!... 다윈, 먹어!"
...
밥그릇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먹지는 않고 생각에 잠긴 다윈. 그러더니 아침부터 쪼르르 남편에게 달려가 터그 놀이를 하잔다.
"다윈! 뭐야, 너도 이제 단식 투쟁이야?"
식탐 대마왕으로서, 뭐든 가리지 않고 싫증 내지 않고 잘 먹는 다윈이 항상 대견하고 고마웠던 나였다. 밥투정 한 번 없이, 오히려 입 짧은 강아지 친구에게 '이것이 밥 잘 먹는 개린이다'를 몸소 보여주며_ 안 먹는 친구들까지 자극받아 와구와구 잘 먹는다고 '소중한 한 끼 전도사'까지 했었던 녀석인데!
흥! 그렇다고 절절매며 제발 먹어달라고 할 내가 아니다. 아침을 안 먹으며 저녁까지 쫄쫄 굶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 먹지 마. 이 밥은 버린다~ 후회하지 마~!"
하지만- 아침은 아예 거르고, 저녁은 먹는 둥 마는 둥- 나쁜 버릇은 초장부터 바로잡아야 하기에 간식도 주지 않았건만... 혹시 몸이 안 좋은 건 아닐까? 너무 안 먹으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마음이 불안해서 안 되겠다. 보기만 해도 좋아서 흥분하는 고구마를 슬쩍 건네본다. 헉!
허겁지겁 삼키는 다윈. 휴우, 반찬투정이 맞구나. 그래, 아픈 것보다는 낫지...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그래. 우리도 봄철에는 입맛이 떨어지잖아."
남편 녀석의 세상 속 편한 소리.
난 아닌데? 봄이라 파릇파릇 식욕 돋던데 무슨 소리야?
며칠 째, 다윈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이 녀석이 그야말로, 1일 1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식하며 웰빙 하는 삶을 살기로 작정이라도 한 걸까. 먹는 걸로 단 한 번도 속 썩이고 신경 쓰게 하지 않았었기에- 남편 녀석까지 슬슬 걱정하기 시작했다.
동네 개엄마들에게 진부하고 뻔한 훈수를 뒀던 대로_ 동결 건조 간식을 부숴서 사료에 섞고, 때로는 올리브 오일을, 때로는 코코넛 오일을 섞어 사료에 요리조리 비벼주었다. 킁킁하고는 다가서서 몇 알 물더니_ 아니 글쎄, 이 놈이_ 입 안에서 오물오물 핥아서는 다시 퉤! 하고 뱉는다.
"야! 먹지 마! 나 참... 이런 나쁜 짓은 누가 가르친 거야?"
버럭 하는 나에게 뭘 잘못했냐는 듯, 무결점 순도 100%의 눈으로 날 바라보는 애물단지 개린이 녀석.
어렸을 적 다이어트한다며, 맛이 없다며 이래저래 밥을 먹지 않았던 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 절절매던- 나의 부모님 마음을 이렇게 느끼게 되는구나! 하루 이틀 굶으면 잘 먹을 줄 알았는데_ 왜 이렇게 애를 태우는 거냐, 너!
어느샌가 손으로 사료 한 알, 한 알을 들고 제발 먹으라며 다윈을 쫓아다니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다시 번뜩 정신이 든다. 안 돼, 안 될 일이야! 버릇만 더 나빠진다고!
"자! 다윈! 앉아, 엎드려! 기다려! 왼쪽 스핀! 오른쪽 스핀! 하이파이브! 악수! 다시 앉아! 기다려!... 먹어!"
아침부터 해병대 정신 교육이라도 하듯, 다윈에게 쉼 없이 이것저것 시키는 남편. 뭐 하는 거냐고 남편에게 한 소리 하려는 순간, 다윈이 먹기 시작했다!! 역시, 개들에게는 미션을 수행하게 하거나 먹기 어렵게 하는 걸 좋아한다더니. 아빠의 육아 방식이 도움받을 때도 있네!
"와! 최곤데?! '밥 안 먹는 버릇, 고쳐드립니다' 하면서 가정 방문 훈련사 해볼래?"
우쭐해진 남편 녀석. 한동안은 허접하지만 나름 효과가 있는 이 방법을 고수해봐야겠다. 그리고 나는_ 엄마의 마음으로, 쨍한 해와 뜨거운 지열에 헥헥거리며 입맛을 잃었던 다윈을 위해 영양식을 만들기로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사료에 조금씩 섞어주며 입맛을 돋게 할 용도로 말이다.
마트에서 닭을 사다가 삼계죽을 끓인다. 며칠 동안 밥이랑 섞여 먹이겠다고 한 마리 전부를 쏟아 부었다. 거기에 온갖 몸에 좋다는 채소와 강황, 약간의 현미까지 넣어 푸욱 고았다. 간을 안했지만_ 내가 먹어도 맛있다! 작년 여름, 황탯국에 이어 다윈 생에 두 번째 보양식이다. '자꾸 이런 맛난 거 해주면 입맛만 더 고급져질 텐데' 하고 남편은 핀잔하지만, 그래 놓고 '강아지 수프'는 왜 검색하는 건데?! 막 시작한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든든하게, 건강한 여름 보내보자구, 다윈!
댕댕이 친구들, 올 여름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