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기, 나의 오랜 소원
몇 년간 내 소원은 ‘심심하기’였다.
딸아이가 “엄마, 심심해.”라고 말할 때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심심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떤 감정이었더라?’
늘 달리고 또 달려 숨이 찼던 나.
그래서 심심하다는 딸과
한 번도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던 나.
요즘 제일 좋은 시간은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다.
물론, 집에 가면 또 시간에 쫓긴다.
아이 목욕시키고 재우려면
나는 다시 달려야 한다.
그래서 모든 수업이 끝난 조용한 저녁,
혼자 노트북 앞에 앉는다.
아무 생각이 안 나
멍 때리는 시간이 10분을 넘기면
예전엔 참 불안했다.
그게 수업 원고라면 더더욱.
그런데 지금은
그 멍한 시간이 너무 좋다.
아직은 “나도 심심해! 놀아줘.”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은 ‘심심함’이라는 감정에 가까워진 것 같다.
아무 계획도 잡히지 않았고
앞날도 보이지 않지만,
만약 나에게도 안식년이 생긴다면
가족과 함께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를 떠나고 싶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거기선 한 달이라도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으니까.
아이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물가가 싸다.
아무리 ‘자유’를 외친다 해도
백수 주제에 큰돈 쓸 순 없으니까.
그리고 바다.
더운 나라.
탱자탱자 놀고 싶은 마음.
아니, 논다기보단
심심하고 싶은 마음.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싶은 마음.
그러면
몇 년 동안 묵은 나의 소원,
‘심심하기’를 드디어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몇 년 동안 아이 봐주시느라 고생하신 우리 엄마도
같이 모시고 갈 거다.
(아빠, 미안…)
지난 10년간의 육아,
그 노고를 위로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효도라기보다는
나도 조금은 덜 미안하고
조금은 당당해지기 위해서.
… 큰일이다.
글 쓰려고 앉았는데
이미 내 마음은 선베드 위에 있다.
조금은 엉뚱하고,
그러나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심심하기’에 대한 작은 계획을 적다 보니
글 한 편이 뚝딱 완성됐다.
나…
이제 진짜 브런치 작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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