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공중목욕탕이었다.
그런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휑하고 깨끗한 목욕탕 안에서,
나 혼자 정성 들여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사방이 다 유리창이야.’
서둘러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창마다 블라인드를 내렸다.
이게 요즘 나의 삶의 메타포다.
방금도 열심히 방학특강 홍보 글을 썼다.
겉으로는 언제나 ‘열일 중인 학원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원생의 일탈도 적고, 신규 원생도 모집이 될 테니까.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우리 학원은 정상적으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원장에게
완전한 공간을 넘겨줘야 한다.
그게 아직까지는
이 공간에 대한 내 마지막 예의니까.
그런데 자꾸 누가 유리창 너머로
내 알몸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내 마음이, 내 계획이.
그대로 들여다 보일까 봐 불안하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프랜차이즈 본사,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까지.
‘혹시 뭐 들킨 건 없을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지금의 나,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당장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블라인드를 친다.
겁이 나지만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
마음을 먹었으니 이제는 나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나를 지켜야 한다.
새 우물을 파고 있는 요즘.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이중생활의감정
#마음을지키는방법
#불안과단단함사이
#투명한세상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