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이 작가 헌정글
나는 순도 100% 문과형이다.
수학은 늘 바닥을 쳤다.
그래서 였을까.
나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우리 딸만큼은 갖춰주길 바랐다.
태교도 수학으로 할 만큼 간절했다.
그리고 4살 때부터 사고력 수학 학원을 보냈다.
극성이다 싶을 만큼.
그 덕분인지, 아니면 아빠를 닮은 건지
지금도 수학을 제법 잘하는 우리 딸.
경시대회에 나가면 매번 상을 받아 온다.
그런데, 언어 쪽은 도무지 아니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국어에는 별로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래, 넌 이과야.’라고 규정 지어버렸다.
뭐 각자 다 재능이 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책상을 정리하며
아이의 글 두 편을 보게 되었다.
‘일곱 살 봄에 아빠와 풍무동 꽃길을 산책했다.
산책하다 벚꽃을 한 번 만져 보았다. 느낌이 뽀송뽀송하고 부드러웠다.
나는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러 뛰어다녔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예뻤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2년 전,
아빠와의 잠깐의 나들이가 아이에게는 이렇게 아름답게 남아 있었구나.
그 사실에 뭉클했다.
그리고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글로 그려낸 표현에
고슴도치 엄마는 감탄, 또 감탄.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고, 저것 봐!
오늘은 좋은 일이 많을 거야.
꽃이 활짝 피었잖아.
오늘 학교에서는 선생님 질문에
빠르게 대답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거야.
행운이 찼아오는(찾아오는) 즐거운 오늘.’
‘행운이 찾아오는’ 오늘이라니.
자기 감정의 온도를
이렇게 정확히 글로 표현하다니.
순간, 브런치 작가는 내가 아니라 이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글을 클리어 파일에 넣어
조심스럽게 덮었다.
이 글들은,
절대로 재활용 통에 들어가선 안되니까.
올해 내 버킷 리스트에
새로운 한 줄이 쓰였다.
엄마도, 딸도 작가가 되는 집.
오늘부터 나는
우리 딸 몰래 그 아이의 글을 모을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엮어, 내년 1월
그 아이의 생일에 맞춰,
한 권의 책을 선물할 것이다.
서프라이즈!
브런치에서는 나의 문장들이 자라고,
우리 딸의 글에서는 봄날 햇살 같은 감정이 피어난다.
‘빈아, 너의 글이 한 권의 책이 되었어.’
이 한 문장이
빈이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주기를,
그리고 아이의 자존감이 평생 단단해지기를..
우리 딸은 ‘이과형’도 ‘문과형’도 아닌, ‘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융합 인재다.
엄마의 자존감도
너로 인해 자란다.
오늘도 너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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