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분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신도시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노후된 주택가, 낡은 건물.
분당이라기엔 어딘가 오래된 풍경이었다.
TV에서 어떤 여자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주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했다.
그 장면 속 공간이 낯설지 않았다.
아, 여기가 거기구나.
나는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배가 고파 건물 1층 분식집에 들어갔다.
떡볶이는 맵고 텁텁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의외로 익숙한 맛이었다.
요의가 느껴져 화장실에 갔다.
건물의 낡음에 비해 화장실은 무척 깨끗했다.
유아용 소파까지 마련된 널찍한 칸.
그런데 변기는 좌식이 아닌 화변기였다.
요즘엔 공중화장실에서도 보기 드문 그것.
깨끗한 화장실이었지만, 그 화변기 안엔 소변이 넘칠 듯 고여 있었다.
나는 자세를 잡아가며, 조심조심 아주 오래 소변을 보았다.
그 오물이 나에게 튈까 봐,
기이할 만큼 긴장한 채로.
화장실을 나와 집에 가려는데, 창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집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딸 같은, 동생 같은 아이가 내 옆에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쉬엄쉬엄 가자. 날씨가 좋지 않네.
가는 길에 휴게소도 하나 들르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은 심하게 복잡했고, 이중주차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누구 차에 전화를 해야 하지?’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에게 해야겠지.’
나는 차의 각도를, 통로의 틈을 계산하고 있었다.
복잡한 이 틈을 빠져나갈 방법을
내 꿈이 나 대신 계산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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