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하루에 켜진 불

by 담유작가

너무 피곤한 일요일이었다.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일어났는데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 시간까지 자버리다니. 스스로의 게으름에 당황스러우면서도,

나를 깨우지 않은 남편과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밥을 먹자마자 텔레비전을 켰다.

오래 잔 느낌도 없이 또 꾸벅꾸벅 조는 나를 보고 딸이 들어가서 자라며 손을 잡아 끌었다.

그래, 일요일인데 뭐.

다시 침대로 쓰러졌다.


간밤의 꿈에서는 이효리와 가까이 지냈고,

낮잠 속에서는 탁재훈과 김원희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십대와 이십대이던 시절에 전성기를 맞았던 연예인들이다.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렇게 내리 여섯 시간을 더 잤다.

낮잠을 밤잠처럼 자고 나서야 정신이 맑아졌다.

거실로 나오니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자는 사이, 아이가 장식해 놓았단다.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나에게 아이는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주었다.



크리스마스가 이틀 남았다.

곧 열 살이 되는 아이라, 산타를 믿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가 넌지시 말했다.

“엄마, 혹시 내가 이브날 잠이 들면 엄마가 산타 사진 좀 찍어줘.”

“그게 무슨 말이야?”

“작년에 S엄마, 아빠가 새벽 네 시에 깨어 있는데 창 밖으로 썰매를 탄 산타가 날아갔대.

엄마가 보고 있다가 꼭 찍어줘.”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꼭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아이에게 동심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아이가 만든 트리가 꽤 반짝인다. 트리 덕분에 산타가 우리 집을 놓칠 일은 없을 것 같다.


#일요일기록

#낮잠의기억

#연말일기

#느린하루

#쉼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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