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14)

어리바리한 첫날, 조호바루

by 담유작가

1.14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입국Day1

싱가폴 창이공항에서 조호바루까지는 현지 픽업 차량을 이용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는데 자동차로 국경을 통과하는 경험이 꽤 신선했다. 싱가포르에서 한 번, 말레이시아에서 한 번. 두 차례의 입출국 심사를 거쳤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입국심사대에서였다. 담당자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해 잠시 당황했다. 한국 이름을 발음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많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딸이 라면을 찾았다. 몇 개 챙겨오긴 했지만, 말레이시아에서의 첫 끼니가 라면이라는 사실은 조금 아쉬웠다. 급한 대로 숙소 1층으로 내려가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메뉴판을 는 순간 발길을 돌렸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죄송하다고 인사를 건네고, 옆 가게로 이동해 볶음밥 하나와 누들 하나를 주문했다.

이곳에서도 언어의 장벽을 실감했다.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발음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물 한 병을 주문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종업원은 연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음식은 생각보다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았다. 한식파인 친정 엄마의 입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평이 나왔다.

다만, 조금 짠 편이라 물 없이는 먹기가 힘들었다. 딸도 음식 맛은 괜찮다고 했지만, 파리와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통에 연신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주변 손님들의 시선이 느껴질 만큼. 우리는 서둘러 식사를 마쳤다.

이제 첫 그랩에 도전할 차례였다. 마침 근처에서 수요 야시장이 열린다는 글을 본 터라, 현지 시장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랩에 트래블월렛 카드를 그랩에 등록해두긴 했지만, 자동결제가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의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고, 하차 후 결제 완료 문자가 도착하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야시장은 말 그대로 시끌벅적했다. 길은 좁았고 사람은 바글바글했다. 그만큼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났다. 현지 분위기를 담은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지만, 좁은 통로와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 탓에 잠시 멈춰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망고를 샀다. 예전에 어디선가 수요야시장에 가면 꼭 아보카도 우유를 먹어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 시식을 해봤는데, 고소하고 꽤 맛있었다. 큰 병으로 한 병을 사고, 열대 과일 몇 가지와 찐옥수수도 함께 담았다.

그리고 다시 그랩. 기사와 동선이 엇갈려 잠시 헤매긴 했지만, 이번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장에서 산 찐옥수수는 우리나라의 초당옥수수와 비슷한 맛이었다. 달콤하고 아삭한 식감. 개인적으로는 찰진 옥수수를 더 좋아해서 크게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딸은 달콤하다며 하나를 다 먹어 치웠다. 과일은 전반적으로 실패였다. 아직 덜 익은 느낌. 며칠 후숙해서 다시 먹어보기로 했다. 실온에 두자니 벌레가 걱정돼,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대로라면 아마 귀국 직전에나 먹게 될 것 같다.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찬물만 나왔다. 숙소 뽑기를 잘못한 게 아닐까 싶어 이것저것 검색해본 끝에 ‘온수 스위치’를 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역시 어리바리한 첫날이다. 나와 딸, 엄마가 샤워를 마치고 나니 이미 샤워 필터가 커피색으로 변해있었다.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교환해야 할 것 같다. 한국 집에서 쓰던 필터는 세 달이 지나도 하얀색이었는데, 물이 정말 다르긴 다르다.

이제 막 첫날인데. 한 달을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첫 장기체류, 이 용감한 시작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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