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몰에서 배운 하루
26.01.18
입말 5일차
조호바루는 ‘mall 문화’라고 하는데, 이곳에 온지 나흘 만에 처음으로 쇼핑몰에 들어섰다. 조호바루에서 두 번째로 큰 복합 쇼핑몰이라는 패러다임몰. 첫 쇼핑몰로 이곳을 정한 이유는 아이가 양궁 체험을 해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랩을 타고 도착했을 때, 당연히 우리가 선 곳이 1층일거라 생각했다. 층수를 세어가며 3층에 도착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양궁 체험장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다들 고개를 저을 뿐.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우리에게 한 한국 엄마가 말을 걸어왔다. 알고 보니 우리가 내린 곳은 지하층이었고, 우리가 찾던 3층은 한 층을 더 올라가야 나오는 곳이었다.
제대로 도착한 3층에는 다양한 엑티비티 공간들이 즐비했다. vr체험장부터 아이스링크까지, 아이 눈이 반짝일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
양궁이 처음인 아이는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엄마와 꼭 같이 하고 싶다는 아이를 달래-사실 나도 자신이 없었으므로-혼자 체험하게 했다. 다행히 직원이 보호장구 착용부터 활을 끼우는 법, 시위를 당기는 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과녁에 쏘기도 하고 흰 벽을 향해 화살을 날라기도 하던 아이는 이내 2점, 3점, 4점, 조금씩 과녁에 맞히기 시작했다.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처음 해본 솜씨치고는 제법 그럴 듯 했다.
신이 난 아이는 한 번 더 체험하고 싶어 했지만, 이곳에는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그 중 아이가 가장 좋아한 곳은 KKV라는 중국 잡화점이었다. 아이는 가장 먼저 키즈 마스크팩을 골랐다. 여름 나라에 여행을 와서 피부가 많이 상했다나. 립글로스까지 집어 들려는 걸 말리고, 마스크팩과 젤리 한봉지만 계산해주었다.
운동화 매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한 아이는 H&M매장으로 달려갔다. 키즈 라인에는 더 이상 맞는 사이즈가 없어, ‘저러다 말겠지’싶었는데, 성인 옷 코너에서 기가 막히게 자기 몸에 맞는 옷을 골라낸다. XS사이즈 원피스를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간 아이. 웬걸, 입고 나오니 맞춤복처럼 딱 맞았다. 세일 중인 옷이라 우리 돈으로 만 오천 원도 안 되는 가격. 그야말로 득템이었다.
옷까지 보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Seoul Garden이라는 한식당에 들어가 맵지 않은 해물 순두부찌개와 불고기 비빔밥, 잡채를 시켰다. 여기에 달걀 프라이와 밥 한 공기를 추가해 든든하게 먹었다. 반찬과 공기밥, 물까지 따로 주문해야 하는 문화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아이는 말레이시아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라며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
한식 맛이 괜찮다며 유학원 단톡방에 메시지를 올렸더니, “거기 말차가(말레이에 사는 중국인) 운영하는 곳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전통 한식도 아닌데 이렇게 입에 맞다니, 내가 한식이 그리웠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는 키오스크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문득 ‘한국에서도 어르신들이 불편해 하시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싶어, 앞으로는 꼭 먼저 도와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랩 비용이 또 두 배 가까이 나왔다. 종일 검색하며 깨달은 건, 그랩은 어디서 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건너편에서 탔어야 했는데. 어디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또 하나를 몸으로 배웠다.
딸은 이곳에서 꼭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실수는 줄이고 조금은 더 요령 있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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