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바루에 머무는 중입니다(26.01.26)

아이가 원하는 걸 다 하려면, 한 달은 너무 짧다.

by 담유작가

26.01.26

입말 12일차


“엄마, 오늘은 뭐해?”

어학원이 끝나면 아이가 늘 하는 말이다. 관광, 쉼도 다 재미없다고 말하는 아이. 아이가 원하는 건 오직 ‘체험’이다. 그래서 오늘은 베이킹 클래스를 예약해 두었다.


지난번에 양궁 체험을 한 패러다임몰로 그랩을 타고 갔다. 왓츠앱으로 예약을 해두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룩을 확인했더니 1만 3천원이나 저렴했다. 얼른 예약을 취소 하고 클룩으로 다시 예약했다.

케이크와 쿠키 종류가 꽤 다양했는데, 아이가 고른 건 ‘쿠키 앤 크림’ 케이크였다.


선생님이 함께하는 클래스인줄 알고 아이만 두고 나가려 하자, 부모가 꼭 있어야 한다고했다.

하는 수 없이 엄마에게 몰을 한 바퀴 구경하라고 하고, 아이에게 앞치마를 매준 뒤 자리에 앉았다. 연세가 많으신 엄마는 혼자 몰을 도는 게 불안하신지, 유리창 밖을 서성거리며 계속 안을 들여다보셨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막상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하니 아이 혼자 두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싶었다. 레슨이라기보다는 방치에 가까웠다.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테블릿 하나만 덩그러니 놓고 갔다. 테블릿 속 레시피를 보며 재료를 준비하는데, 첫 단계부터 삐그덕거렸다.

그릇마다 베이킹 가루, 코코아 가루, 달걀 세 개, 다크 초콜릿과 밀크초콜릿, 무염버터 등 을 따로 담아야 했는데, 한 그릇에 분량의 재료들을 모두 섞어 버린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재료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레시피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런한 체험을 몇 번 해봤지만, 그때는 준비된 빵을 장식 하는 정도였다. 체에 밀가루를 치는 일부터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밀가루와 코코아 가루를 체에 치고,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초콜릿을 녹이며 그럴듯한 반죽을 완성해 나갔다.

완성된 반죽을 틀에 붓고 오븐을 작동시키자 한 시간 뒤에 오라고 했다. 한 시간 동안 몰을 둘러본 뒤 다시 가보니, 이미 빵은 다 구워져 있었다. 완성된 시트에 크림을 바르고 딸기와 오레오 케이크로 장식하자 아이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번졌다.

드디어 완성.

포장된 케이크를 들고 나오며 ‘며칠 있으면 아이 생일인데, 그때 와서 할걸….’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쯤은 해 볼만한 체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원하는 걸 다 하려면, 한 달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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