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렸다.
한 학부모님이었다. 이번 달 급여를 받지 못했는데, 한 달만 쉬면 안 되겠냐고 조심스레 물으셨다.
정말 어렵게 꺼내신 말씀이었기에,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하세요. 아이가 한 달 공백을 크게 느끼지 않도록 제가 신경 쓸게요.”
전화를 끊고 한참 동안 생각이 많았다.
한 달 수강료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닌데, 오죽했으면 그리 말씀하셨을까.
그 아버님은 예전에도 수강료 날짜를 조정하고 싶다고 하셨다.
월급날이 둘째 주라, 그날에 맞춰 학원비가 빠져나가야 안심이 된다고.
모든 수강생의 납부일을 따로 관리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 사정이라면 안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
비슷한 요청을 해온 다른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 역시 누구보다 성실한 학부모님들이었기에,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너무 배부른 소리만 했구나.’
일에 지쳐 ‘이제 그만 두자.’했던 마음.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놓고 반 전업주부로 살고 싶었던 다짐.
그게 갑자기 ‘호강에 겨워 요강을 찬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 딸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우리 집이 부자라 그런지, 호텔은 이제 질렸어.’
그때는 웃어넘겼다.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하고.
하지만. 일을 그만두면, 호텔이 질릴 만큼 여행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 쪼개고 쪼개, 가끔 한번 다녀오는 여행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지금처럼 저축도 못할 거고, 외벌이의 삶 앞에서 당황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털어 놓자,친한 언니가 말했다.
“넌 나랑 달라. 나는 한번 결정하면 -끝이야. 그리고 경제적인 건, 포기하면 살게 돼.”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글만 쓰며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까.
아마 나는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낮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돈을 벌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사람이고 싶은데, 자꾸만 남편 눈치를 보게 될 미래가 신경 쓰인다.
워라벨이라는 건 정말 존재하는 걸까?
몸과 마음의 건강, 경제적 여유는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걸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걱정만 한가득이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보자! 뭐라도 길에 보이겠지.
나의 고혈압과 불안장애는 아마도 일이 아니라 이 성격 탓일지도.
그러고 보니, 이런 성격 덕분에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