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존버는 승리한다

안전이별

by yunyuri

이별들이 죄다 노래 가사로 쓰일 정도로 떠올리기만 해도 애틋한 감성의 대상이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이별들 중 수많은 이별은 하고 싶어 죽겠어도 상대방이 호락호락하게 관계를 끊어주지 않아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나는 원하지만 상대가 놓아주지를 않는 이별. 대부분 그러한 이별의 기로에 선 사람들은 관계를 쌓아나가던 시기에도 건강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마지막 순간에는 이별을 간절히 원했지만 반대로 그녀가 쉽게 놓아주지 않아 순탄하게 이별하지 못했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 또한 온전했던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음을 이별을 앞두고 깨달았다. 결국 이런 류의 이별에는 안전이별이 필요하다. 단순히 헤어지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잘 끊어내어 더 이상의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헤어지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동업의 전과 후가 매우 다른 그녀라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대부분 비슷한 상황 속에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오로지 달라진 것이라곤 우리의 관계가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에 놓이게 되면서 우리만의 안전지대로부터 완벽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그 평온하고 좋았던 관계는 안전지대였기 때문에 안정적이었을 뿐,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완벽히 균형을 잃고 다른 흔한 관계들처럼 망가져 갔다. 결국 밸런스가 깨진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상대방과 적절한 타협점을 만들어 그때그때마다 마주하는 문제점들을 잘 해결해 나갈 때 관계는 진정으로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인즉슨, 전에는 나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 생각했다면, 동업을 시작한 이후에는 나보단 '우리', 우리보단 '회사'의 이익과 안위를 생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떠한 업종이든 동업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자본이 없는 신생회사의 경우, 혼자 모든 것을 일궈내기보다는 함께 업무를 분담해 줄 동업자가 있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먹고 시작해도 잘 안 되는 것이 동업이다. 변화무쌍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사적이든 공적이든 잘 맞는 사람들끼리의 동업도 웬만해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꼭 동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각자의 개인사업자를 만들어두고 전략적 제휴를 맺어 뜻이 맞는 부분에서만 협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각자의 업무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두는 것이 보다 안전하단 생각이다.




나는 내가 겪은 동업으로 인해 그녀와의 영원한 이별 포함, 많은 것을 잃은 것이 사실이다. 일상에서의 평안과 안위는 물론이고, 회사의 운영자금을 발전적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모조리 상실하였고, 직원을 고용할 수도 없으니 모든 업무들을 나 홀로 도맡아 해야 했으며, 현재 우리 회사가 처한 부정적인 사건으로 인한 회사 이미지 실추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러한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부하지만, 잃은 것보다 결국 얻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도 있겠지만, 첫 프로젝트 만에 그녀와 함께하지 않게 된 것부터가 내가 얻은 첫 번째 행운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에게도 잘 된 일이었다. 그녀와 이렇듯 안 맞는 동업을 계속 이어갔더라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서로의 격차를 맞추는데만 집중하고, 정작 회사의 성장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고의적으로 유발한 동업 갈등을 비롯,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며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내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일궈내는 결과들일 것이니 말이다. 이른 아침에는 해외와 화상미팅을 시작으로 하루에 세 개 이상의 외부 미팅을 잡으며 직접 발 벗고 뛰며 영업에 매진했고, 두 배, 세배 피나는 노력 끝에 단 네 달만에 계약을 세 개 이상 따낼 수 있었다. 가끔 적당한 실패는 사람을 더욱 이롭게 한다. 나의 경우 없던 힘까지 영끌하여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니 이 보다 더 잘된 일이 있을까 싶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지만, 이 고통스러운 과정이 없었다면 나와 회사 모두 단기간 내 결코 이룰 수 없는 결과들이었다. 물론 그녀와는 더욱이 이룰 수 없는 결과임은 확실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동업실패는 내 삶에 유해하게 작용했던 그녀를 완벽히 끊어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십수 년 가까운 관계라고는 했지만 본인의 울타리 안에서 나를 멋대로 통제하고 의지하게 만드려던 그녀의 강압적인 태도를 두 번 다시 마주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긍정적인 말로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상대방의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면 결코 그 관계는 건강해질 수 없다. 그녀가 나에게 해준 말들은 모두 그럴듯하게 달콤했지만, 결국 철저히 본인만을 위한 이기심을 기반으로 했던 말들이기에 더 이상 이러한 적신호들을 감내하며 지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녀와 헤어지고 내 삶에 유익한 사람들로 가득 차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는 마법처럼 이루어진 일이 아닌, 내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유해한 자극이 없으니, 나만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배신에 대한 아픔과 상처를 한껏 겪어내고 나니 모든 것이 잘 맞는다고 착각한 영혼의 단짝이 결코 인생에 이롭지 않음을 더욱이 실감하게 되었다. 어쩌면 주파수가 살짝 어긋나더라도 우리는 결국 그 이격을 통해 독립적으로 단단해지고 나만의 특별함을 보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객체일 때 특별하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 영원히 같아질 수 없다. 나와 영원히 같아질 수 없음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더욱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나만의 특별함이 생겨난다는 것이 삶의 선순환인데, 이 지점을 이해하고 모두들 험난한 동업의 세계에서 진심으로 잘 살아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앞선 글들을 통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동업의 적신호들을 피해 동업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길 바라는 마음이 솔직한 내 심경임을 고백한다. 동업을 결정한 모든 사람들은 부디 상대방과의 차이를 존중하며 성숙한 동업관계를 맺길 바라고, 동업을 앞둔 사람들은 보다 신중하게 여러 경우의 수들을 잘 고민해서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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