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현실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도
그리 못하지도 않던
인문계 학생이었다.
학교 시험은
벼락치기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지만
모의고사 점수는
수능을 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신으로 대학을 가려고 했다.
당시 학교 분위기도 그러했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그 분위기에 편승했다.
내가 수시모집에 지원했던 학교는 네 군데.
① 서울소재 사립대 국어국문학과
② 경기소재 사립대 동아시아어학부
③ 대전소재 사립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④ 경북소재 국립대 국어국문학과
2,3번은 학사 졸업만 하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2급도 취득할 수 있었다.
1,4번은
바로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더라도
국어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니,
졸업 후 대학원을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1,2번은 떨어졌고 3,4번은 붙었다.
소위 인서울을 하기엔
부족한 성적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쉽긴 했다.
그렇게 3,4번이 후보였는데
나는 여기서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는
집과도 멀지 않고, 학비도 저렴한
국립이 어떻냐고 물어보셨고
난 그에 응했다.
어차피 다 내 계획의 범위 안에 있었으니까.
(근데 결과적으론
학비도 내가 다 알아서 했으니
소신껏 선택해도 나쁘지 않았을지도...ㅎ)
여기서 조금 여담을 하자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도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까운 곳으로 진학했다.
시골이었지만 중학교 때 성적은 괜찮은 편이라 근접한 도시의 유명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고등학교 원서는 한 장뿐. 혹여나 떨어지면 더 시골에 있는 학교에 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안전하게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두 번의 진학을
모두 부모님의 의견에 따랐다.
큰 후회는 없다.
약간의 아쉬움만 있을 뿐.
대학교에 입학 후
너무도 재밌는 대학생활을 했다.
하지만 한국어교원은
유망직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여태까지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 인원은
매해 6-800명에 그쳤었지만
2009년부터는
1,000명, 2,000명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래서 1학년 말미에
다시 고민을 하게 됐다.
이렇게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 후 2급을 취득하더라도
과연 메리트가 있을까?
수요가 있을까?
결론은 ‘쉽지 않겠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