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신박 이야기
신박하다.
새롭고 놀랍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이 말은
마치 새로울 新과 '대박'에 쓰이는 그 어떤 '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한자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말은
한자어도 아니고
표준어도 아니고
신조어다.
'신박하다'의 어원은
World of Warcraft(WOW)라는 게임에서 왔다.
이 게임에는
마법사, 사제, 기사 등의 직업이 있다.
그 중에 성스러운 힘을 가진 '성기사'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혐오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아이템을 성기사들이 독식하거나
잘 죽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 때문에 성기사를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성기사는
바퀴벌레→바퀴→박휘의 변화를 거쳐
'성박휘'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의 확장팩이 나오면서
일부 기사는 필요한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기사를 혐오하는 오리지널 세대와
기사를 필요로 하는 확장팩 세대가 혼재하게 되었다.
그것도 잠시
새로운 확장팩이 나오면서
기사는 모두 소위 '박휘'화가 되었다.
그리고 이 지칭은
'기사'라는 단어는 무조건 '박휘'로 치환하는 문화가 되었고
더 나아가 '기'라는 글자가 '박'으로 대체되어 쓰였다.
처음에는 게임 속 직업들에서 시작했다.
신성 성기사 → 신기 → 신박
보호 성기사 → 보기 → 보박
징벌 성기사 → 징기 → 징박
일상 속 단어들 중에서
'신기', '보기', '징기'가 들어간 단어는
모두 치환해서 사용했는데,
그 예는 아래와 같다.
신기하다 → 신박하다
상징기념비 → 상징박념비
미리보기 → 미리보박
하지만 일상에서 '보기', '징기'라는 단어는
크게 쓰일 일이 없었고
'신기하다'란 말이 가장 많이 쓰였기 때문에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성박휘처럼)
그렇게 '신기하다'는
'신박하다'가 되었고
'대박이다', '쌈박하다', '신기하다'가
쓰일 자리에 쓰이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다.
'신박하다'는 어원조차도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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