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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뚱냥이 Aug 28. 2024

냥글냥글 - 다묘가정의 집사는 어떻게 살까

17 마리와 함께 사는 현실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다묘 가정의 현실에 대해 주저리> 





우리 집에는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내 고양이들 중 상당수는 엄청난 먹보이다. 고양이 키워보면 알게 되는데, 이게 엄청난 축복이다. 잘 먹어주니 고맙고 사랑스럽지만, 인간에게 난감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내 아기의 까탈스러운 식성 때문이다. 인간도 그렇듯 고양이도 식성이 있고 기호가 있다. 똑같은 캔을 다 같이 먹어주면 좋으련만, 그런 경우는 없다. 모든 간식을 건식 습식 져키 모두 성분별, 브랜드별, 기호성, 안정성 모두를 신중히 따져서 구매하지만, 열일곱 마리가 다 같이 먹어주는 캔 따위는 내 십 삼 년 차 경험에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금쪽이 냥이들은 아침에 먹은 캔은 점심에 절대로 먹지 않는다. 똑같은 파우치나 캔을 하루에 두 끼나 먹지 않는다는 소리다. 나도 안다. 이래도 괜찮아 저래도 괜찮아하고, 오구오구 오냐오냐 키웠으니 전부 내 탓이다. 한 마디로 아이들 별로 좋아하는 캔이나 파우치가 각기 다르기에 늘 여분을 마련해 두느라 간식비, 습식비로도 쏠쏠하게 금액이 나간다.  


나는 아침에 5시나 6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청소할 때도 있지만, 일단은 습식 간식을 한 끼 주고, 밥그릇을 설거지하고 물그릇을 바꿔주고 냥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면 7시 반, 그때 인간인 나와 남편의 아침 준비를 하고 남편 출근을 돕고 나면, 나는 빠르면 열두 시까지, 늦으면 2-3시까지 청소한다. 바닥에 아기들이 토해놓은 거, 바닥과 화장실 세면대, 벽면, 생활용품 위에 오줌 싼 거, 바닥에 똥스키 탄 거, 모래 파편 떨구고 다닌 거, 흘린 습식을 밟아 끈적해진 바닥을 닦고 쓰느라. 그 노동을 매일 반복한다. 하지만 오후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오면 청소 전으로 원상회복되는 마법을 겪는다 안 그래도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마음만큼 깨끗해지기는 쉽지 않다. 요즘은 냥 용품을 제외하고는 물건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청소를 줄이기 위한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작금이라고 할까. 


우리 집 단지는 고양이 응아를 모아서 폐기물 스티커 붙여서 20킬로 가마니에 넣어서 분리 배출하는 정책을 따르고 있는데, 우리 집 냥이들이 20kg의 감자와 맛동산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2일. 모래 갈이라도 하는 날이면 하루에 3-4개의 폐기물 가마니가 소요된다. 어마무지하게 먹고 싼다는 소리. 하루에 최소 2-3번은 꼭 치우는데도, 늘 십여 개의 화장실은 늘 치울 때마다 치울 것 투성이이다. 


고양이는 하루 15분 이상 놀아주어야 한다고 하던데, 고양이가 17마리 정도나 되면 17x15이면 산술적으로도 4시간 25분이라는 엄청난 놀이시간이 필요하단 소리.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매일 이렇게는 못 놀아준다. 그래도 모든 아이들과 10분 이상 교감의 시간을 가지려고 최선을 다한다. 


솔직히 고양이 병원비 많이 나온다고 유튜브나 sns에 병원 영수증 올리시는 분들 참 많던데, 이건 그냥 감수하고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다. 몇 백만 원 따위로 귀엽게 끝나면 고마운 일이다. 작년에는 거의 우리 집 아기들의 병원비 지출이 역대급이었는데, 최소한으로 잡아도 2월부터 순차로 입원과 퇴원, 검사와 수술, 치료와 검사, 투약을 반복해야 했기에 10월까지 최소 5천에서 6천만 원은 나갔으리리라 생각한다. 냥이는 가슴으로 낳아서 지갑으로 키우는 거 맞다. 그렇게 그동안의 적금, 모아놓았던 예금을 줄줄이 깨면서 느낀 바는, 냥 적금을 따로 만들어 놔야겠구나! 싶었달까. 우리 집에서 나도 남편도 나이가 좀 있고 경력이 있어서 돈은 모자람 없이 번다고 느꼈는데, 병원비가 겁나 깨지기 시작하니 이 정도 수입에도 연적금을 깨야 하는구나 싶어서 소름이 돋았다. 고양이 키우고 싶으신 분들- 특히 나이 든 노령묘 케어와 온갖 질병에 취약한 길아가들 데려 오시고 싶으신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미리미리 계속 적금 들어놓으시라고. 한 마리당 최소 2개씩. 그거 다 내 새끼 병원비로 나간다. 


냥이는 지갑으로 키우는 겁니다. 지갑 = 사랑, 정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꿈은 냥튜버인데 - 목적은 그냥 세젤귀 내 새끼 자랑이다. 내가 이뻐 죽는 내 새끼들을 다른 랜선 이모 삼촌들도 너무 예뻐해 주면 좋겠는데- 촬영은 어찌어찌해도 편집할 시간도, 업로드할 시간도 없다. 결정적으로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온갖 냥 용품이 난무하는 집안 꼴이 지저분해 보여서 도무지 촬영 그대로 업로드할 용기가 안 난다. 다른 냥튜버 님들은 청소 상태가 늘 완벽하시던데, 대체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영상이 아니라 그래도 쓱 보고 지나갈 수 있는 사진으로만 틱톡으로 올리며 팔불출 짓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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