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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고니파더
Nov 09. 2024
소주회사 VS 맥주회사
하이트진로와 OB맥주
조금 지난 심사건이긴 한데 국내 주류업계를 커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소비재 식품으로 우리 곁에 있는 소주와 맥주였는데, 산업분석 관점으로 보니 새롭게 다가오더군요.
업체 실사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게 된 부분도 있어서 관련 내용 정리해 봅니다.
먼저 전체적인 국내 주류 시장은 하향세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
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예전처럼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는다는 뜻.
두 번째로
코로나를 통해 혼술 문화가 대중화
되었고 코로나 이후에도 예전의 문화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점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혼자 집에서 먹어도 괜찮네? 뭐 이런 느낌)
이 결과 국내에서 주류 출고량이 전반적으로 하향추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외국산 맥주 수입 증가, 위스키를 선호하는 MZ세대들
의 새로운 트렌드로 인해, 국내 주류업계를 둘러싼 Macro 환경은 비우호적인 상황입니다.
조세금융신문 - [국세통계] 코로나19 이후 술 판매량 증가…지난해 보다 17만㎘ 더 마셨다 (tfmedia.co.kr)
주류시장은 사실 하향하고 있지만, 소주와 맥주는 그래도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말씀드리자면,
막걸리와 크래프트 맥주 (개인 포함 소규모 양조업자가 만드는 맥주), 그리고 하이볼을 비롯한 위스키의 Boom은 긴 시계열로 보면 업다운이 분명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주와 맥주는 안정적 출고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소주와 맥주에 스테디셀러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뭐 하지만, 뭐 그렇게 들렸다는 이야기.
추가로 흥미로운 건 영업이익률입니다.
단순 정제과정만 거치는 소주의 OPM 이 (영업이익률) 발효과정을 거치는 맥주의 OPM보다 더 높다고 하는데 보통 소주는 10~12%, 맥주는 5~6% 내외의 OPM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다만 단순 이익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시장점유율인데,
보통 주종별 M/S가 50%를 달성하면 (업체에서는 Target M/S라고 부름) 고정비 커버가 쉽게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기존 영업이익률의 두 배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리회계에서 배웠던 영업레버리지도가 생각나는 순간!)
아래 표 보겠습니다.
진로이즈백/참이슬 브랜드를 앞세운 소주 브랜드와 테라/켈리로 대변되는 맥주 브랜드 모두를 가지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매출액이 카스라는 맥주 브랜드만 가지고 있는 오비맥주에 비해 더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영업이익률인데,
오비가 하이트의 3배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죠.
원인은 역시 시장점유율에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50% M/S를 달성하는 순간 영업이익률이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
을 오비맥주의 재무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참고로 하이트의 소주 사업부문의 점유율이 63% 이상이라고 합니다.
결국 소주 시장에서는 큰 폭의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지만 가격이 맥주보다 싸고 동시에 맥주시장에서는 적정 점유율 달성에 미치지 못해 돈을 까먹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순익 측면에서 테라에 이어 켈리 출시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것은 주류 제품의 초기 마케팅이 매우 중요한데, 출시 후 3개월 내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그대로 사장되는 구조라고 하네요.
(얼마 전 소개했던 불닭볶음면처럼 다시 부활하는 것들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함)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기업별 상품 매트릭스 전략입니다.
오비맥주의 경우 단일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형태.
외국계 회사인 AB인베브가 대주주여서 그런지, 히트 상품 하나가 나오면 끝날 때까지 신규 투자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카스맥주가 1994년 출시되었다고 하니, 올해로 28 살인 겁니다. 헐)
반면 하이트진로는 듀얼 전략을 추구합니다.
참이슬 옆에 진로, 테라 옆에 켈리처럼 이중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하이트의 마케팅 비용이 오비맥주보다는 높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
오늘은 주류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사양산업이지만 '주류업도 기간산업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담배사업을 영위하는 KT&G처럼 말이죠.
그리고 산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대로 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다시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아무리 관련 산업이 좋지 않아도 업계 내 상위업체들은 투자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접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안 좋은 산업 환경이 마켓 리더들에게, 그리고 투자자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진로 + 카스'로 한잔 말아서 먹고 주말을 맞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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