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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15. 2024

진짜 VS 가짜

재무모델링, 신용평가보고서, 신용등급

"제대로 된 심사를 계속 이야기하는데 어떤 게 제대로 된 심사인가?"


혹은


"어떤 재무 모델링을 선호하는가?"


최근 제가 받은 질문들입니다.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들이라 쉽게 대답은 못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습니다.


"신용평가보고서나 외부 신용등급만 보고 가부를 결정하는 것은 제대로 된 심사가 아닙니다."


"재무 모델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상 기업의 기초체력인 자본에 대한 파악, 그게 중요합니다."


최근 주니어들이 보고서나 심사서를 작성해서 저에게 가져옵니다.


페이퍼를 보면 한 편의 논문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유는 분량도 상당하고 굉장히 어려운 용어도 많고 영어 약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재무 모델링으로 DCF, EV/EBITDA 이런 것들은 이제 기본입니다.


각종 재무비율? 말할 것 없이 휘황찬란합니다.


그런데 제가 관심 있게 보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단 3줄, 혹은 길면 5줄짜리 심사의견서의 결론이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간혹 보고서의 피드백을 원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생각 있는 친구들) 이런 경우 성심성의껏 읽어 봅니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물어보는데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투자 대상 관련 당신의 의견은?"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근거를 뒷받침해 주는 Evidence는?"


"Evidence에 재무적인 것과 비재무적인 것은?"


별거 아닌 네 개의 질문이지만 실은 심사가 제대로 되었다면 이 질문에 심사역은 답해야 합니다.


그 외의 것들은 다 부차적인 것들.


물론 재무 모델링이나 재무비율 등이 무가치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재무 모델링이나 재무비율이 심사에 있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그것을 통해 자기만의 논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심사'라는 생각은 변치 않습니다.


얼마 전, 한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를 추가하면서 마무리합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이 100억 이상의 여신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담당 심사역의 첫 질문이 조금 그랬습니다.


"자금용도가 운전자금인가요? 시설자금인가요?"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대기업이라고 해서 자금용도를 묻지 않고 심사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질문은 거래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무가치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의 생각이 있다면,


기업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었다면,


그것이 운전자금인지 시설자금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핵심을 보지 못하고 형식에 치중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요즘 하도 많은 정보에 빠져 있다 보니 내가 가진 생각이 진짜로 내가 만든 생각인지,


아니면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의 생각' 그리고 '본질'을 갖추지 못하면, 그것은 진짜 심사가 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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