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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니파더 Nov 29. 2024

롯데는 과연 망할까?

유형자산재평가, 계열사 매각

오늘은 롯데그룹 사후관리 후기입니다.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만,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도 및 비중을 크게 축소해 왔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고 '메르'블로그와 기타 신평사 자료를 보니 조금 감이 오기는 왔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겁니다.


특히 인수 자체부터 문제가 많았던 롯데 하이마트, PF 부실의 시발점인 롯데건설과 롯데캐피탈, 그리고 업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을 중심으로 거래를 줄였죠.


5~6 업체의 한도를 취소하거나 급격하게 줄여나가니 프런트에서 '이러면 우리는 뭘 투자하냐?'라는 불만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리고 1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그간 풍문으로만 나돌던 그룹 유동성 위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2DGZUFEGZ1

그러자 엊그제 프런트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사채권자 집회에 대신 참여해 주면 안 되냐'라고 말이죠.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아무 말 안 했습니다. (콱! 그냥)


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저도 메르 블로거와 의견이 같습니다.


'그룹이 해체되기는 쉽지 않다'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


이유는 위기를 타개해 갈 만한 믿을 맨이 생각보다 많은 롯데이기 때문이죠.


먼저 심사역 교육에서 늘 강조하는 '유형자산재평가'에 대한 기본적인 사례를 들 때마다 단골손님이 있는데 바로 '롯데칠성의 서초 부지'입니다.


아마 현재 장부가로 5,000억 도 안되게 계상되어 있을 겁니다.


러프하게 서초동 삼성 부지의 실제 매매가와 비교해 보면 이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실 건데요.


한 3~4조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s://www.investchosun.com/m/article.html?contid=202411268007

위 기사에서는 핵심 자산이라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자산유동화 시장이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동산 불패의 나라인 한국에서, 거기다 금싸라기 서초동 땅입니다.


실제로 실사 한 번 정도 갔던 기억이 있는데, 위치가 아주 판타스틱입니다.


추가로 Sales and Lease back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계열사 매각 카드도 아직 많습니다.


참고로 과거 롯데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적이 있었죠.


https://dealsite.co.kr/articles/123866

동일하게 일부 비주력 계열사들을 통해 현금 동원이 가능해 보입니다.


벌써부터 나름 알짜 회사인 롯데렌탈 매각 소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투자자 입장이라면 롯데렌탈 한도 취소할 겁니다.)


세 번째로는 위기 진앙지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정성입니다.


업황이 최근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본도 많이 까먹었죠.


그런데 이건 롯데케미칼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관련 업계 모두 안 좋아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의 대표 지표인 부채비율이 80%가 넘지 않습니다.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19/2024111900046.html

아직 버틸 힘이 충분하다는 의미.


다만 제가 진짜로 걱정되는 것은 대주주 리스크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형제의 난'같은 지배 구조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심사역 입장에서 바라볼 롯데그룹의 진짜 위기는 경영에 관심 없는 대주주에게 사탕발림으로 충성을 다하며 본인의 자리보전에 급급한 일부 CEO들이 이 그룹에 꽤 많다는 겁니다.


외부 신문기사 헤드라인 장식이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인수합병을 롯데그룹은 과거부터 해왔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도 바로 그것이죠.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2/10/11/NRXZNXUDCBF2ZCJDDNEJBRSAN4/

그런데 롯데그룹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인수한 기업이 그 뒤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소리를 들은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그룹에서 빠져나온 계열사들은 나름 성과가 괜찮은 모양새입니다.


결국 리더의 힘.


상황 판단이 잘 안 되는 리더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간신배들을 과감하게 내치지 않으면 롯데라는 이름은 어쩌면 5년 뒤, 혹은 10년 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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