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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인수합병을 보며 드는 생각

푸디스트, 도로아미타불

by 고니파더

오늘은 급식업체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심사 관점에서 다뤘던 이전 글은 아래 참고하시면 될 듯.


식자재 유통업 및 푸드서비스업에 대한 투자심사.. : 네이버블로그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결정을 하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어차피 뒤를 돌아봐도 바뀔 것은 없고 괜히 모를 후회스러운 감정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중요한 선택을 하기 전에 최대한 심사숙고는 하겠지만, 선택을 한 이후에는 그대로 직진한다는 말.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별로 달갑지 않은 것이 바로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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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니 그걸 그대로 기업 경영에 적용하는 곳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아워홈 인수를 선언한 한화호텔앤리조트.


사실 과거 한화 그룹 자체에도 식자재유통/급식업체가 있었습니다.


사모펀드 VIG에 매각된 푸디스트로 이제는 사조산업의 자회가 되어버린 회사이죠.


한화 품 떠난 식자재왕’ 푸디스트, 매출 1조원 넘었다 | 한국경제


한화는 이 회사를 약 1,0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리조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글쎄요.


제 눈에는 이 가격이 너무 싸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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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당시 가지고 있던 사업장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 한화는 방산업체가 주력인 그룹이었기 때문이죠.


그 말은 식자재 수요처가 엄청나게 많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규모 사업장을 식수 인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관계회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식자재유통업/급식업에는 큰 장점인데, 이걸 스스로 차버렸어요요.


제가 모르는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대로 좋은 기회를 줍줍한 VIG는 인수 이후 밸류업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2,500억에 회사를 사조에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화호텔앤리조트는 9,000억을 들여서 식자재 급식업체에 재진출을 하려고 하는 모양새입니다.


말 그대로 도로아미타불.


[단독] 한화 김동선의 깜짝 베팅…아워홈 '남매 갈등' 넘고 인수 성공할까 : 네이트 뉴스


사실 아워홈이라는 기업은 꽤 괜찮은 기업입니다.


형제간의 싸움만 배제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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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리포트] 가정주부 손에 달린 '아워홈' 운명...경영권 보다는 ‘돈’? < 기업뉴스 < 뉴스 < 기사본문 - 세정일보


최근 부채비율 관리한다고 배당금 지급을 많이 안하는 듯 한데, 전에는 배당을 매년 300~400개씩 하던 곳이죠.


매출은 약 2조 수준, FCF도 연간 1,000억을 상회하는 정도이니 나름 탄탄한 기업이라는 생각입니다.


저 정도 인수금액이 '비싸다 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요.


다만 아쉬운 것은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2020년에 매각했다가 2024년에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를 다시 매입하다니요.


대체 이곳의 임원들은 무슨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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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그룹사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단기적으로 완전히 반대되는 경영전략을 짠다는 것은 전문성이 없어 보입니다.


더군다나 제일 중요한 지분 관계에 있어서도 깔끔하지 못한, 평판 리스크가 있는 곳을 타겟으로 한다니요.


아마추어틱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딜의 향방이 어찌될지 문득 궁금해지는 오늘입니다.


돌이켜보니 대학생 시절, 기업 탐방을 했던 회사가 아워홈이었네요.


좋은 회사가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에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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