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회사는 어떻게 환경사업을 매각했나
최근에 기업들을 비판하는 글들을 조금 썼더니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나름 합리적인 댓글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댓글도 있는 듯 한데, 와이프 말대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을 쓰다 보니 이런 비난도 견뎌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칭찬'일색인 글입니다.
물론 최근 비판과 비난을 의식해서 쓴 글은 아니지만 마음은 훨씬 가볍네요. ㅎㅎ
아마도 2020년 즈음으로 기억되는데 강남에 있는 쿠첸의 모회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쿠첸이라는 브랜드만 알았지 그 모회사가 부방그룹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무지했던 시절)
이것저것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관계회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테크로스 환경이었죠.
당시에는 수처리 산업이라는 것이 생소한 컨셉이었지만 Cash Flow 흐름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비록 대출을 요청한 회사는 다른 계열사였지만 '테크로스 환경이라면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다' 결론 내리고 서둘러 미팅을 끝냈던 일이 생각납니다.
기억속의 그 회사,테크로스 환경이 사모펀드 글렌우드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전체 매각 규모가 3,000억이 안되는 소규모 인수합병 딜이지만, 흥행에 성공한 듯 합니다.
어펄마를 비롯해 환경산업에 관심이 많은 사모펀드들의 입찰 경쟁이 치열했던 듯 하네요.
신기한 것이 이런 좋은 기업 딜에는 기가 막히게도 항상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름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대주의적인 시각이라고 비판 받을수도 있지만 Fact가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 외국계 사모펀드입니다.
딜의 세부적인 구조를 보겠습니다.
전체 인수금액 2,600억 중에 1,300억이 글렌우드의 Equity입니다.
LTV 50%에 추가로 RCF 200억이 뒤를 받쳐줍니다.
선순위 Tranche 금리가 약 5.5% 수준이니 RCF 통해서만 약 3년치 금융비용이 커버되는 구조.
수익률은 5년 5.5%라...향후 금리인하를 가정했을때 개인적으로 너무 매력적으로 보이네요.
이 정도 금리를 채권에서 받으려면 대상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롯데건설, GS건설, 여천NCC 정도 입니다.
저는 위 회사들보다 테크로스에 투자할 것 같습니다.
재무지표를 보면서 조금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EBITDA는 평균 170~180억 수준이고 금융비용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최근에 많이 줄어서 50억 미만입니다.
언뜻 보면 전년도와 편차가 조금 있지만 '운영보증 배상금손실'이라는 영업외비용이 77억 수준입니다. 일시적인 부분으로 세부 내용은 까보지 않았습니다.
해당 비용이 일시적인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 영업환경하에서 순이익 100억 시현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무리가 없는 수치로 보입니다.
거기다 늘 강조하는 누적 이익잉여금 규모가 약 257억 수준입니다.
매년 순이익 '0'이라는 극단적 가정을 해도 RCF로 커버되지 않는 나머지 2개년도 금융비용은 충당하고 남는 규모.
그러다보니 인수금융 실제 구조에서는 Tranche A 원금 상환을 하는 조건까지 내걸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LP 투자자라면 지나칠 수 없는 조건이라 할 수 있죠.

일전에 폐기물업체에 대한 여신심사 글에서도 밝혔지만 제가 이런 기업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사업의 안정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폐수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에서 처리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위탁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또 운영비용의 일부를 지자체나 정부에서 보전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 안정성 역시 배가 됩니다.
더군다나 테크로스의 경우에는 LG계열사들의 캡티브 물량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테크로스의 전신은 과거 LG 계열사 중 하나였음)
[특징주] 부방그룹 LG전자 수처리사업 인수 소식에 관련주 강세 | 연합뉴스
환경 산업의 높은 시장 진입도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상위 3개사의 시장 지배력은 더 커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에코비트, SK에코플랜트, 그리고 테크로스)
그나저나 글을 쓰는 내내 문득 'EBITDA Multiple이 너무 낮은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장성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인 듯 한데 아무리 봐도 너무 싸게 매각한 느낌.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부방그룹이 급전이 필요해 좋은 회사를 날린 건 아닌가 싶네요.
딜은 대충 마무리 된 것 같고 이제는 LP 투자자의 시간입니다.
간만에 알짜 매물이 나왔는데 소문 듣고 빠르게 투자를 집행하는 똑똑한 곳들이 어디일까요?
동시에 Exit 시점, 혹은 리파이낸싱 시점의 기업 가치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