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능력자인가?
일전에 근무했던 증권사는 굉장히 규모가 큰 곳이었습니다.
왠만한 은행과 보험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빵빵한 자기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옆에서 보면서,
'은행을 따라잡는 증권회사가 우리나라에서 이제 나올 날도 이제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만났던 분들 대부분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무엇보다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처럼 '돈이 되는 것'에는 정말 진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시장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게 해준 소중한 계기였죠.
그런데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역시나 이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규모가 큰 회사 = 자신의 능력'과 동일시하는 일부 바보들이 그 주인공이었죠.

이들은 회사의 성공이 마치 자기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문제는 실제 실력은 회사의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선수들, 실제 플레이어들은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5분이면 압니다.
상대방이 지금 썰 푸는 것이 신용평가사나 신문기사 스크랩 보고 이야기 하는건지, 아니면 정말 인사이트가 있어서 이야기 하는 건지 말이죠.
또 딜의 기본적인 구조도 파악하지 못해서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다반사였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니 이런 사람들, 그러니까 회사의 네임밸류를 자기의 능력과 혼돈하는 사람들의 특색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언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이해하기 힘든 변명들을 계속적으로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같은 동료로써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물론 저 역시 미들이나 백오피스에서 주로 근무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의도는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다만 거절의 의사표현은 무엇보다 '논리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인정하고 물러설 수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현업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조직은 그런 하찮은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강조하지만 저 프론트 아님)
어느 조직이든 '하찮은 일'과 '작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있었을 겁니다.
그때의 어려움과 노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금의 성공에 도취되어 있다면, 그 조직과 사람의 미래는 뻔하지 않을까요?
결국 조직의 이름값에 파묻히는 사람은 조직에 기여할수도, 조직을 뛰어넘을수도, 그리고 떠날수도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어떤가요?
우리 모두 회사의 네임밸류와 본인의 능력을 구분짓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지 않나 싶네요.
추가로 큰 조직에 있는 직원이 반드시 능력 있는 것이 아니듯, 작은 조직에 있다고 해서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필요는! 절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