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을 일, 큰 일, 그리고 자료 작성
과거 경험했던 일을 각색해서 씁니다.
A 직원은 SKY 출신이지만 업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입니다.
다만 폼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래도 내가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임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디가서 100억, 200억 투자를 검토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경제 주식 대학 동아리 학회 후배들에게도 폼나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선배가 투자 검토했던 건들을 말이지!~'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의 직장 상사, 바로 윗 사수는 그에게 자료 취합에 불과한 엑셀 작성만을 매일같이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이 일이 1년 가까이 반복되다보니 지쳐갑니다.
조바심도 나죠.
'내가 SKY 출신인데 어디 감히 지잡대를 나온 놈이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지?'
분노하고 욕하고 이직을 알아봅니다.
그러다 어느날.
사수에게 호출이 옵니다.
"A씨가 이제까지 정리했던 파일은 우리 회사의 해외 투자 전반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Apple에 투자한 금액이 얼마이죠?"
SKY 출신의 A군은 대답을 못하고 주저합니다.
그리고 나서 대답합니다.
"잠깐만 시간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수, 즉 우리의 팀장은 관련 자료가 즉시 필요합니다.
기다려 줄 수가 없어요.
대충이라도 좋으니 금액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곧바로 CEO 보고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라도 언급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대답을 못하는 A군입니다.
왜냐구요?
이 일이 허접하고 작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애정없이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자료 작성 업무를 1년 가까이 시켰는데 가장 기본적인 답변도 하지 못하는 A군에게 담당 팀장은 실망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는 중요한 업무를 맡기지 않습니다.
...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직접 경험했던 일입니다.
신규 건이 아닌 기한연장 같은, 비교적 쉬운 업무를 두 명에게 동시에 시킬 때가 간혹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에 대해 재무분석 해오라고 하면 신용평가사 자료 스윽 복사해서 제출하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외국 기업 사례까지 조사해서 제출해 오는 직원도 있었죠.
(이 직원은 심지어 신용평가사 자료 복사해서 제출한 직원보다 후배였고 관련 업계 경험도 없었음)
팀장 입장에서 어떤 직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까요?
연차가 있고 좋은 대학을 나왔고 뭔가 있어 보이는 친구?
뭐 그런 친구에게 일을 맡기는 책임자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단연코 후자입니다.
능력이 부족한 건 가르칠 수 있어요.
하지만 일에 대한 부족한 열정, 엉망인 Attitude는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죠.

참고로 엉망인 Attitude에는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매너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와 '건방진' 경우도 포함됩니다.
https://blog.naver.com/sanoramyeon/20067985132
노무현 대통령의 '작은 일부터 시작해라' 라는 동영상이 오늘따라 마음을 때리는 하루입니다.
지금 본인이 작고 하찮은 일을 한다고 괴로워하는 주니어들에게.
프로가 되기 위한 '빌드업'과정이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은 하루입니다.
탄핵으로 시끄러운 주말.
노짱은 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다들 화이팅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