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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아재의 충고 Part 5
직장 내 갑질금지
by
고니파더
Sep 20. 2024
아재의 관점에서 주니어들에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시리즈로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직장 내 '갑질'관련 이야기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닫는 한 가지가 있다면 큰 틀에서
'인간관계의 연장선상이 바로
일이다'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일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사람이 일의 간극을 대신한다'라고 여긴다는 뜻.
다만 '모든 일이 인간관계를 통해 해결된다는 것이냐'라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그 부분은 가장 경계하는 점이라는 거, 다시 한번 밝혀둡니다.
참고로
아무리 친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저는 친한 관계일수록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해줍니다.
대신 빠르게 말해줘서 미련을 없게 만들어 주는 것도 저의 역할이라고 믿는 거죠.
하지만 완벽히 좋은 일도, 완벽히 나쁜 일도 실제 필드에서는 많지 않습니다.
승인과 부결의 확률이 가령 51:49, 혹은 60:40 정도의 일들이 태반인데,
이런 것들을 처리할 때 그 일과 심사역을 대하는 프런트의 자세로 인해 일의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봅니다.
K 지점장은 심사의 '심'자도 모르는, 여신의 '여'자도 모르는 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깨너머 들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는 밑천이 떨어진 상태가 되었죠.
딜 검토 능력도 안되고 사내 라인을 타지도 못해 캄캄한 상황.
그런데 이분에게는 굉장히 큰 무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친절함. (+ 아는 척 안 하기)
☞한번 아는 척했다가 호되게 혼나고 나서는 (?) 그다음부터는 조용해짐.
이후부터는 딜을 가져오면 굉장히 정성껏 서류를 준비해서 제 책상에 잘 올려놓고 가더군요. (스타벅스 커피와 초콜릿 하나를 남겨놓는 센스를 보여주며)
그런데 가져오는 딜이 대부분 별로였어요. 그래서 다 부결.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결을 받을 때마다 사유를 굉장히 정중하게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부결 사유를 적어가더군요.
어떤 부분들을 다음에 정리해서 올리면 되겠냐고 하면서.
그러다 보니 저도 부결을 할 때 신경 써서 했던 것 같아요.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더 좋겠다는 식의 Advice를 드린 거죠.
한 6개월~1년 정도 지났을까요?
그다음부터 가져오는 딜들은 과거와 질이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걸 포인트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1~2건 승인받던 일이 잦아지더니 결국에는 이분 2년도 안돼서 승진했습니다.
K 지점장과의 일화를 적은 것은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태도가 훌륭하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라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의 태도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실무에 있는 사람 (여기서는 심사역) 에게 진심을 다하고, 매너 있게 다가가는 것.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려는 것.
그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만약 K 지점장이 처음과 같은 태도, 이를테면 어설프게 아는 척하면서 심사역과 대립관계를 형성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역시나 예를 들어서 설명해 봅니다.
L 심사역은 부서 내 터줏대감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지점장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죠.
빨리빨리 결정을 내려주는 스타일이라 선호도가 꽤 높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연차가 쌓이다 보니 L 심사역도 점차 머리가 굵어 (?) 졌다는 것. (요새는 젊은 친구들 중에서도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서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조금 무리한 것들을 프런트에서 심사 의뢰하면 언젠가부터 호통을 치기 시작하더군요.
"이런 것도 확인하지 않고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
혹은
"어떻게 이런 딜을 가지고 오냐. 창피한 줄 알아라!"
어느 날엔가 프런트와의 언쟁을 들으며 L 심사역의 서류를 뒤척이다 보니, L 심사역이 놓친 게 있더군요.
가만히 있다 심의회를 할 때 멘트를 툭 던졌습니다.
"이 부분은 확인하셨나요? 관련인 상환능력이 조금 있어 보이던데?"
그러자 얼굴이 벌게진 그는
"이미 확인했다. 그런데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이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며 서둘러 회의를 마치더군요.
더 이상 말 안 했습니다.
사건은 곧 터졌습니다.
감사실에서 L 심사역을 호출했고 지방 경찰청까지 들락날락하게 되는 사건.
사유는 L 심사역이 여신 심사 승인을 조건으로 지점장과 대출 차주에게 골프 접대와 관련 숙박시설 제공을 요청했고, 지역 특산물인 '새조개' 상납도 요청했다는 것.
그런데 해당 건이 심의회에서 부결이 난 게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부결 통지를 받은 대출 차주는 열이 받았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 민원을 접수한 것이죠.
우리는 이것을 농담 삼아 '새조개 게이트'라고 불렀습니다.
이 게이트의 결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심사역과 향응을 제공했던 지점장 모두 곧 집으로 가야 했습니다.
어설픈 갑질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갑을 관계가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고 생각
합니다.
혹시 그런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거기에 빠져서 기본적인 매너를 잃게 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는 것 같아요.
늘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프런트는 이래야 한다' 혹은 '미들과 백오피스는 이래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프런트이든 미들이든 백오피스이든 기본적인 매너는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써봤습니다.
자라나는 주니어 새싹들이 거만함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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