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엘리엇 프루프록의 연가 비평

시와 세계의 찬미

by yina


*하단에 긴 글이 어려운 분들을 위한 요약본 있습니다


S’io credesse che mia risposta fosse
A persona che mai tornasse al mondo,
Questa fiamma staria senza piu scosse.
Ma per ciò che giammai di questo fondo
Non tornò vivo alcun, s’i’odo il vero,
Senza tema d’infamia ti rispondo.

– Dante Alighieri, Inferno, XXVII
(단테의 신곡 지옥편 27곡에서)


1. 프루프록의 연가 서문에 대한 해석

이 서문은 지옥 여행에서 만난 '귀도 다 몬테펠트로' 라는 인물이 단테에게 한 말이다. 신곡에서의 이 서문은 죄를 지었으나 제대로 회개하지 못 해 지옥으로 떨어진 수도사가 단테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내용이지만 프루프록의 연가와 연관지어 해석하게 되면 도덕,회개, 구원과 같은 맥락에서 벗어나 조금 더 심층적으로 인간의 내면적 세계로 파고든다. 이는 나의 대답 즉 회개,구원을 향한 고백은 당신을 향한 사랑, 혹은 예술 작품으로 해석 된다. 이제껏 나의 사랑,나의 작품이 그대에게 혹은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 당해왔을지라도 죽음을 염두하고 있을 정도로 진중하고 가장 솔직한 사람 앞에서라면 유일무이하게 깊이 있게 존재할 수 있다라는 의미를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심연이란 이승(속세)를 의미하고 있다. '살아 일찍 돌아간 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이 세상에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내가 지금 고독하고 외면 당할지라도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죽음과 대면할 진지한 순간이 다가올 수 밖에 없으니 부끄러워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둘 만큼 진지하고 솔직한 자의 언어는 결국 영혼의 언어로 회귀할 것이기에...


나의 대답(회개,고백)-> 외면 당한 사랑, 인정받지 못한 예술작품

저 세상에 돌아갈 사람 -> 죽음을 염두하고 있을 정도로 진중하고 가장 솔직한 사람

불길 -> 나의 사랑, 영혼, 진심

쉽게 말하자면 지금은 다들 세속적이고 남의 진심을 쉽게 외면하지만

아주 드물게 당장 내일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굉장히 솔직하고 절박하고 진지한 사람 앞에서라면 분명 나의 사랑이 통할 것이고

결국 이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가볍고 세속적이던 사람들 조차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밖에

없기에 언젠가는 그 진심이 통할 수 밖에 없다. 지옥에 가서 그 죄지은 수도사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말듯이...




2. 첫 도입부터 그대와 나, 함께 가자고 언급이 되고 있다 이것은 앞서 말했던 서문과 의미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서문에서 화자는 저 세상에 돌아갈 이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나의 마음을, 진실을 무겁게 전달할 수 있노라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러니, 그 뜨겁고 진실된 마음이 있다면 더이상 망설일 필요없이 영혼의 여정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영혼의 여정이란 다름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속세를 의미한다.


' 지금 저녁은 마치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된 환자처럼' 이 부분에서 부터 그 시작이 속세라는 것이 말해지고 있다. 수술대 위에 에테르로 마취된 환자, 인위적인 약물에 취해 부패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우리 갑시다' 화자는 계속해서 거침없이 속세로 들어가자고 말한다. '인적이 끊어진 거리와 거리를 통하여' 인적이 끊어진 거리란, 속세의 고독함을 상징하고 있다.


'값싼 일박여관','편안치 못한 밤이면 밤마다' 이 부분은 복잡한 삶의 문제로 인해 고뇌가 끊이질 않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값싼 일박여관 이라는 상징물로 인해 돈까지 궁핍하다는 것을 드러내어 주면서 그 고뇌를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귤껍질'과 '톱밥'이 흩어진 음식점들은 값싼 일박여관에 이어 연쇄적으로 비루한 생을 연명하는 속세를 보여준다. '음흉한 의도의 지루한 논의처럼 이어진 거리들' 이것은 세속적인 이익 때문에 서로를 물어 뜯고 괴롭힐 수 밖에 없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싸움이나 논쟁이 늘 끊이질 않고 지루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회피하고서 삶의 근원을 논하지 못 하리라고, 화자는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 그대를 압도적인 문제'로 끌어가리다, 라는 구절로서 보여지고 있다. 그러니, 무엇이냐 라고 머릿 속으로 묻지 말기. 그저 삶에 부딪쳐 보자, 라는 뜨거운 갈망이 드러나고 있다.



3. 방 안에서 여인네들이 왔다 갔다 미켈란젤로를 이야기 하며, 이 부분에서 여인네들이란 저잣거리를 활보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의미, 미켈란젤로는 교양을 상징, 즉 저잣거리로 나가보면 의외로 평범한 사람들도 교양있는 이야기,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즉, 우리 삶이 사소하고 분주해보여도 그 안에서 의외로 이상적인 것들이 논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유리창에 등을 비벼대는 노란 안개' , '유리창에 코를 비벼대는 노란 연기' 안개는 등을 비벼대고, 연기는 코를 비벼대는 것으로 정확히 감각적으로 대칭되고 있는 시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과 안개가 의미하는 것은 '세속에서의 사유'를 상징. 그 안개와 연기가 깊어지는 모습이 형상화되고 있다. 나의 사색이 저녁의 구석구석까지 혀로 핥는다. 수채에 괸 웅덩이란, 아직 다 범접하지 못한 생각의 잔해들. 그리고 굴뚝에서 떨어지는 그을음은 사유의 끝을 상징. 마침내 아늑한 10월 달 밤인줄 알았던지, 화자는 아예 잠이 들어 버린다. 아늑한 10월 달 밤이란, 그 사유가 감각적으로 풍요롭게 형상화된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4. 확실히 '시간'은 있을 것이다, 라고 시간을 강조하는 구절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서 시간이 의미하는 것은

'사색'이다. 스치듯 지나가는 안개에도 사색이 있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사회적인 모습으로 위장한 우리들의 겉모습의 내면에도 사색이 존재할 수 있다. 그것도 생각외로 무언가를 아예 살해하고 다시 창조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사색과 고민이 깃들어 있다. 접시 위에 놓인 사소한 질문 하나 조차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사색이 있을 것이다. 너를 위한 사색과 나를 위한 사색 또한 있을 것이고, 백 번이나 망설이고 백 번이나 몽상하고 백 번이나 수정할, 즉 내가 너를 사랑하는 영혼이 존재할 것이다. 어떻게? 토우스트나 차를 마시는 현실을 맞이 하기 전에 내 마음 속 심연을 들여다 보듯이.



5. 다시, 끊임없는 생각의 기회와 아름다움에 대한 사색, 미켈란젤로와 여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망설임, 대머리와 계단, 여인들의 대화 등 다양한 이미지가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는 대머리하고 치받치는 내 칼라와 같이, 화자의 초라한 이미지와 화려함이 대비되어 보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아에 대한 극단적인 양면성, 우월감과 열등감의 변화가 강조된다. 순간적인 생각의 변화가 지구를 옮기는 듯한 거대한 자유의 공간으로 비유되어 진다. 이처럼 마음의 힘이란, 세상을 움직이는 기적과 같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6. 화자는 단순히 과거 경험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들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며 사색하는 과정을 '커피 스푼으로 되질 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작은 커피 스푼에 담긴 세상처럼, 작은 사색의 공간에 자신의 인생 전체를 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감정과 음악, 생각들이 섞이고 사라지는 과정을 묘사한다. 사유란 눈부신 햇살이나 공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며, 자신이 어떻게 사유를 시도할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는 이미 그 눈들을 알고 있다, 틀에 박힌 말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노려보는 눈들을. 그리고 내가 틀에 박혀 핀 위에 펼쳐질 때, 핀에 꽂혀 벽 위에서 꿈틀댈 때,

어떻게 나의 나날과 생활의 한 토막 토막을 뱉어낼 수 있겠는가?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것은 감정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하지 않고, 우울함 기쁨 등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말해지고 있다. 감정은 붙잡을 수 없고 흩어지는 것이므로, 감정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 결론적으로 감정의 흐름을 타고, 현재의 감정을 만끽하는 것이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익숙한 팔들에 대한 묘사를 통해 감정의 압도적인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스스로의 사유와 감정에 갇혀 벗어날 수 없음을 토로하며, 이를 표현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복되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그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는 솜털이 있는 현실적인 모습임을 깨닫는 과정임을 시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감정이라는 환상에 휩싸여 현실을 보지 못하고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7. 좁은 거리, 외로운 사람들, 파이프 연기 등을 통해 고독과 외로움을 묘사하고 있다. 시적 고백을 통해 자기 사색의 시작점으로서의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고요한 바다 밑바닥의 엉성한 게다리에 비유하며 극심한 고독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바다와 도시의 대비, 고독한 존재와 불안정한 모습의 대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고독한 사유 대신 욕망을 묻어두는 것.


모래에 묻히는 게다리 이미지를 통해 욕망의 억압을 표현한다. 평온한 휴식과 즐거움의 순간과, 불안, 두려움, 중대한 순간의 가물거림 등의 감정적 변화가 공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다음 연에서는 차와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붙잡히지 않는 생각들에 대해 극한으로 탐구한 흔적들이 엿보이고 있다. 풍성한 사유의 세계는 시적으로 표현하거나 비평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 울고, 단식하고, 기도하며 극심한 생각의 고통을 겪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붙잡으려 하지만 붙잡히지 않고 계속 이동하는 모습만을 관찰해야하는 화자의 안타까움이 드러나고 있다.


중대한 순간들이 가물거리지만, 이러한 생각들의 움직임 때문에 글쓰기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이것으로 화자는 정신적 속박과 자기 성찰의 강렬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는데, 자신을 포장하는 행위를 코트에 비유하며 남의 눈치를 보이는 하인과 같은 정신적 상태에 자신이 놓여 있는 것만 같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핵심적인 정신적 통찰력을 갖지 못 하고 강박적인 생각들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고 있다.

8. 계속해서 강박적인 생각들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잔을 거듭하고 차를 같이 마시는 일상은 피상적일 뿐, 무의미하다고 화자는 말하고 있다. 미소로써 문제를 물어뜯어 버린다, 심각한 문제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묻어버리거나 아니면 우주처럼 거대하게 심각한 것으로써 아예 대차게 마주친다 한들 내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할 수가 없기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9. 신경은 마치 환등불로 스크린 위에 모양지어 비치는 듯, 이것은 아까와 같은 강박적인 생각들로 인해 표현은 할 수 없으나 신경은 여전히 곤두서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녀가 베개를 놓고 쇼올을 벗어 던지고서 자신에게 좀 더 유혹적으로 다가올지라도 자신의 상태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10.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의 고민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사유의 보람이나 의미를 따지지 않고, 파도의 노래를 듣듯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는 많은 사유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만 남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어떠한 특정 의미 부여보다는 감각적 이미지에 집중하는 이미지즘적 시각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즉, 사유는 고정된 결정이나 견해가 아닌, 흐름을 타는 것이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햄릿 왕자와 같은 고정된 사유 방식이 아닌, 어릿광대처럼 즉흥적이고 유동적인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11. 사색의 바다를 유유히 탐험하다

이제 화자는 도시에서 바다로 간다. 바다를 찾아 사색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안에서 행복과 찬란한 감각을 경험하지만, 항상 행복만 주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꿈에서 깨어나도 다시 사색의 세계로 돌아가는 과정, 그리고 다음 사색을 기다리는 여정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 긴 시는 마무리가 된다.



* 긴 글 읽기가 어려우신 분들

- 다른 부분은 다 이해못해도 서문 만큼은 이해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시는 사실 서문만 이해해도 문학적 아름다움의 90%는 느낀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 이 시의 화자는 강박증적으로 자기 세계에 갇혀서 아무런 고백도 말도 못 하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 과도한 진지함을 저녁, 귤껍질, 웅덩이, 케이크와 같은 소재로 시적으로 형상화하여 쓰인 예술작품입니다

- 사실 시가 너무 길어서 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첫 부분은 기가막히게 잘 썼는데 (흡사 미국의 김광균 느낌이랄까요...)끝으로 갈수록 시의 깊이가 얕아져요 우리 진실된 문학을 하기 위해서 저잣거리로 나아갑시다

(6번 설명까지가 딱 좋아요 사실 이 시의 길이는 ... )

- 이것도 저것도 다 어렵다, 그렇다면 사랑고백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망설이며 나를 미치도록 마음 졸이게 했던 남자를 떠올려보세요. 그 미*놈이 이 시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읽어보세요

- 사랑하는 마음이 깊을수록 강박증이 미친 수준으로 커지고 도무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태도로 일관하게 되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이 시의 화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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