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평
파란돌
십년 전 꿈에 본 파란돌 아직도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ᆢ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둘,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ᆢ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러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 처음에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낀 점은 파란돌과 흰색돌의 대비였다. 제목은 파란돌이지만 시에는 파란돌만 나오지 않는다. 화자는 파란돌에 대한 집착을 내보이고 있으나 그와 동시에 '희고 동근 조약돌' 도 같이 바라보고 있다. 파란돌과 흰색돌 대비는 감정의 차이와 시간 관념에 있다. 화자는 파란돌에 대해서는 십 년 전에 보았는데도 아직도 잊지 못 하는, 단순한 그리움을 넘어서
가슴 속에 영원히 품은 한에 달하는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흰색 돌에 대해서는 이 보다는 좀 더 가벼운 감정을 보이고 있다.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여기서 우린 알 수 있다. 파란 돌은 화자가 10년이 지났는데도 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사실 영영 잊기 힘들 정도로 인생에 다시 오기 힘든 순수했던 사랑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은 어떠한가? 우린 분명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데, 영혼과 삶이 무너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렇기에 화자는 "아, 죽어서 좋았는데..." 라고, 차라리 그러한 사랑 앞에서 죽어서 다행이었노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에서의 죽음은 실제 생명의 죽음이 아니라, 치명적인 사랑 앞에서 무릎을 꿇어러빈 한 인간의
비극을 상징한다. 결국 현실만을 살아가야 하는 죽은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얀돌)
그러한 사랑은 두려우면서도 영원히 계속 생각나고 다시 붙잡고 싶기 마련이다. 그래서 화자는 나도 모르게 팔을 뻗어 파란 돌을 줍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자는 주우려 할 때 깨닫는다. 그 치명적이고 순수한 파란돌 같은 사랑을 다시 하려면 내 영혼이 다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영혼이 다시 깨어나는 것을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상징되고 있다. 진정한 삶은 영혼이 깨어 있는 삶이라는 것을 화자 스스로 알면서도 그 길은 매우 아프고 죽을 만큼 두려운 길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 대부분은 그 파란돌을 줍지도 못 하고 잊지도 못 한채 밤마다 가슴 서린 채로 아픈 가슴을 안고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
또 이 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 행에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라고 표현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 파란 돌은 눈이고, 냇가는 아직 주워지지 못 해 파란돌이 흘린 눈물이 흐른 것이라는 묘사도 성립된다.
그러니 이 시는 사실 매우 비극적이고 눈물이 많은 슬픈 시인 것이다.
1. 파란돌이 영혼을 바쳐야 할 만큼 순수하고 치명적인 사랑을 상징한다는 것,
2. 10년? 아니 20,30년이 지나도 잊기 힘든 사랑 때문에 누군가는 밤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
3. 또한 냇가는 그 한없이 흐르는 눈물이라는 것,
이 시는 이러한 비밀들을 고요히 드러내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김필의 노래 '다시 사랑한다면'이 떠올랐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 가사의 재밌는 점은, 사랑할수록 더 깊이
빠져들게 되는 인간의 내면과 반대되는 마음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만날수록 계속 더 만나고 싶고, 기대는 더욱 커지고 약속은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가벼운 추억? 정도가 아니라 매일 떠올라서 괴로운, 사실적인 기억들이 괴롭게 한다. 이 노래가사가 파란돌을 줍고 싶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파란돌의 본질을 쉽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