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부터 추위에 벌벌 떨면서 이 길을 수없이 내려갔다. 이 추위를 견디다보면 언젠가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 길을 걷고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정말 마법같게도 시간은 흘렀고, 어느 순간 멀리서 새하얀 낮선 얼굴들처럼 벚꽃잎들이 피어있는 초저녁을 맞이했다. 계절은 아름답다. 그러나 인생이란, 왜 이렇게도 늘 후퇴하고 있는 인간과 다르게 무섭게 전력질주 하고 마는 것일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야만 하는 삶의 압박감이 심연을 짓누른다. 그와중에 봄은 마치 거부할수 없는 하나의 절망적인 질병같다. 그자체로 방탕하고 헤픈 시인이다. 여러모로 치명적인 계절이다.
03 29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