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

by 목소빈

자꾸만 몰아치는 낯선 언어는

내 외피를 건들며 끝없이 맴돌다가

결국은 이 속에 스미질 못한 채

맥없이 튕겨져나와 버리었고


나는 이윽고 사방을 더듬어

손아귀에 빠듯히 감겨드는 그것들을

아가리에 밀어넣고 삼켜내려 하지만


이미 산산히 부서진 말들은

그 의미를 상실한 채 그저

생선 가시처럼 뾰족한 조각이 되었기에


나는 억지로 삼켜낸 말의 조각이

모가지를 날카롭게 가르며 속을 파고드는 즉

그나마 내 안에 남아있던 언어마저

싸그리 토해내고야 말았다


아마도 평생의 흉을 남길듯한

상처가 깊게 남은 목은

마침내 그 소리마저 잃었고


방금 전 토악질의 여운이 가신 뒤에

고통스럽도록 거친 숨을 가다듬고 나서

잠잠히, 멀뚱히 선 나는


그 무엇도 묘사하지 못하는 채로

그저 탁하게 풀린 동공만을

허공을 향해 열어둘 뿐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한 채

다만 제 앞에 놓인 토사물을 역하다고 느끼면서

몸을 돌려 완전히 외면해버리고 말겠지.


바닥에 걸쭉하게 들러붙은 상실의 잔해는

혐오가 어린 시선을 온몸으로 받다가

종국에는 건조하고 서늘한 북풍에

말라버리고야 말 것이다.


그러면, 후에 내가 이곳에 다시 오더라도

나는 이곳을 끝내 알아보지 못하고

이미 불구가 된 언어 능력과

불구가 되어가는 시야를 하곤

덩이진 몸뚱이를 무겁게 끌고가기밖에,

그 속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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