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어제는 추석이었다.
며칠 전부터 창밖을 내다보며 기다렸던 보름달이 뜨는 날. 그러나 하필 검은 구름과 산에 달이 딱 가려서 아무래도 이번 달은 볼 수 없으려나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이제 구름이 걷혀서 달이 보인다며 방으로 돌아가있던 나를 급히 다시 부르셨다.
맨눈으로 본 달은 그저 하얀 빛덩어리.
카메라로 확대해서 주의 깊게 뜯어보니 비로소 달의 바다가 버젓이 보인다. 창백한 원 군데군데 피어난 그 무늬. 그 무늬를 보며 노인의 얼굴에 생겨난 검버섯을 떠올리던 나는, 그것을 검버섯, 송장꽃 말고 '달꽃'이라 부르겠노라고 내 멋대로 지어 붙였다. 원래 쓰이던 단어의 거뭇하고 칙칙한 느낌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꽃이 가득 핀 만월을 두 눈 가득 바라본다. 그 달에게서 달꽃 핀 외할머니의 얼굴도 문득문득 보이는 듯하다.
외할머니도 이 달을 바라보고 있을까.
소원을 빌고 있을까.
나는 이내 눈을 감고 달을 향해 조용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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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
만월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1. 가장 온전히 둥근 달
그리고
2. 구붓하게 이지러진 달
그러니까, 보름달을 뜻하는 동시에 그믐달(또는 초승달)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확히 반대되는 뜻을 고루 가진 모순적이면서 균형있는 말.
구름이 달 위로 쉭쉭 지나다닐 때마다, 달은 만월(1.滿月)이 되었다가 만월(2.彎月)이 되었다가 한다. 한 달 씩이나 걸리는 달의 위상변화 관측을 나는 하룻밤만에 끝내었다. 나를 방해하는 밤구름이라고 여겼었는데 어쩌면 달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데 꽤 도움이 되었던지도 모르겠다.
별은 보이지 않는
도시의 검은 밤을 비추는
영월, 망월, 온달, 만월, 보름달_
추석의 밤은 달빛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잠으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