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어지는 빗방울에도, 식지 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장마가 쉼 없이 세상을 쓸어내리던 때에도,
후끈한 여름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를 않았지요.
쏟아지는 빗방울은 가방으로 가린 듯 만 듯.
비를 피해보려는 미약한 시도는 의미도 없이
사나운 빗줄기가 얼굴을 타닥타닥 때려댔지만,
함께 비를 맞으며 말갛게 웃음을 터트리던 그 순간에
그들의 사랑은, 식기는커녕 더 생기 있게 피어올랐지요.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8월의 긴긴 장마는,
푸르른 청춘의 열기까지는 차마 식히지 못한 채로
결국에는 고요하고 거룩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그 여름, 굵어지는 빗방울에도 꺾이지 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나온 연녹색의 새싹들은,
연약해 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강인한 의지로 용케 빗방울을 똑바르게 버티고 섰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씻겨나가지 않은 그 색깔들,
희미해지기는커녕 되려 비에 젖어 그 빛이 더욱 선명해졌던,
푸르른 청춘의 여름이 있습니다-그러나 이 찬란했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도 있습니다.
그 기억을 되찾기 위해 흐릿한 기억을 탐험합니다.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하얀 꿈속을 배회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