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소빈 Sep 14. 2024

여전히, 선명하게.

Ou flou

굵어지는 빗방울에도, 식지 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장마가 쉼 없이 세상을 쓸어내리던 때에도,

후끈한 여름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를 않았지요.


쏟아지는 빗방울은 가방으로 가린 듯 만 듯.

비를 피해보려는 미약한 시도는 의미도 없이

사나운 빗줄기가 얼굴을 타닥타닥 때려댔지만,

함께 비를 맞으며 말갛게 웃음을  터트리던 그 순간에

그들의 사랑은, 식기는커녕 더 생기 있게 피어올랐지요.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8월의 긴긴 장마는, 

푸르른 청춘의 열기까지는 차마 식히지 못한 채로 

결국에는 고요하고 거룩하게 끝을 맺었습니다.


그 여름, 굵어지는 빗방울에도 꺾이지 않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나온 연녹색의 새싹들은, 

연약해 보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강인한 의지로 용케 빗방울을 똑바르게 버티고 섰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씻겨나가지 않은 그 색깔들

희미해지기는커녕 되려 비에 젖어 그 빛이 더욱 선명해졌던, 

푸르른 청춘의 여름이 있습니다-그러나 이 찬란했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이도 있습니다. 

그 기억을 되찾기 위해 흐릿한 기억을 탐험합니다.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며. 하얀 꿈속을 배회하며.

작가의 이전글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