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길
“한국의 보수 세력은 왜 이렇게 욕을 먹는 것일까요?”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저의 고향은 흔히 보수의 본고지로 불리는 ‘대구’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사회나 경제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PC방에 다녔던 기억이 많지만, 그만큼 추억이 깃든 도시입니다. 대구는 저에게 단순한 고향이 아니라, 저를 지금의 저로 성장시킨 삶의 터전이며 여전히 깊은 애착을 느끼는 곳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지금도 대구의 골목과 사람들, 그 지역만의 정서와 따뜻함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거쳐 일본에 유학을 오게 되면서 비로소 정치사회의 세계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접한 뉴스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었습니다.
이후 이어지는 뉴스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녀를 옹호하는 세력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보수의 지역으로 알려진 대구도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단순히 뉴스 속의 지역이 아닌, 저의 고향이 공격받는 것 같은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대구가 비판받을 때, 그곳과 깊이 연결된 저 자신도 함께 비판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말하는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수’의 의미를 명확히 알게 된다면 비판을 받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비판하는 세력이든, 자칭 보수라고 하는 세력이든 ‘보수’라는 개념이 각자의 사적 정의에 불과하다면 굳이 그 비판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는 보수주의의 뿌리를 알기 위해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보수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드먼드 버크(Edmund Burke)를 연구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수주의의 뿌리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영국 하원의원 버크의 사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프랑스 혁명 세력의 비논리적인 주장들을 하나씩 반박하는 동시에, 혁명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제가 내린 보수주의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수주의는 개인과 공동체의 변혁을 위한 실질적인 사고방식의 일종입니다.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보수적 사고는 개인의 삶 전반에서 유익을 창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프랑스 혁명을 비판했던 버크 또한 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조국 아일랜드의 개혁을 위해 문학, 수사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민들에게 개인의 삶의 변혁을 촉구했습니다. 개개인이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공동체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편으로 이러한 학문이 현실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인을 통해 정치의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