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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사원철학자 Sep 02. 2024

미션임파서벌

탑승구를 사수하라

나: 여보 어떡하지?! 비행기 탑승시간이 지났어!
아내: 오늘따라 줄은 이렇게 긴 거지...


우리는 발을 동동거리며 보안검색대 긴 줄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랴나케 출국심사도 끝냈습니다. 나오자마자 아내는 아이를 붙들고 나는 처음 산 유모차를 붙들고 탑승게이트로 전력질주를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달려보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우리의 한국 여행의 마지막은 정신없는 시간들로 채웠습니다.


36시간 전...


여보 일어나 이제 우리 준비하자 하고 휴대폰을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아이도 우리의 준비에 방긋 웃으며 일어납니다. 빨리 일어날 때는 이 시간에 기저귀 갈고 분유를 먹을 때도 있으니깐 아이에게 그렇게 빠른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생후 110일쯤 되는 아이와 비행기를 타는 건 어떠한 경험을 하게 될까 라는 두근거림과 두려움이 혼잡된 기분이 넘쳐흐릅니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머릿속에 한국에서의 일정을 그려보면서 체크리스크를 떠올려봅니다.


:아이 밥시간과 기저귀 교체 시간을 예상해 보기.
*현시점에서 똥을 안 싸서 불안요소는 더욱 큼
*최근 4시간에 한번 200미리를 마시니깐 비행기에서 한번 먹겠군...


부모는 인간이기 때문에 전부 상황을 통제할 수 없어서 이쯤에서 생각을 멈춥니다. 생각하려고 하면 끝이 날 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제저녁에 챙긴 여행가방을 들고 최종 확인을 끝냅니다.



자! 이제 출발


아이가 100일이 지나 목이 어느 정도 가누고부터 교체한 아기띠는 신생아 때 사용한 슬링보다 훨씬 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릴 수 있어서 세상을 더 구경할 수 있었죠.


전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저귀를 한번 더 체크합니다. 공항 안내판에서 베이비 룸을  검색합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공항에는 수유실이 있어서 기저귀 교체, 분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일본은 80도 정도의 뜨거운 물만 나오는 기계이고 한국은 냉온수 정수기가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떠나기 전 마지막 체크를 한 후 탑승을 시작합니다. 아이는 새로운 곳을 두리번거리며 호기심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밖에 세상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최근  시력이 좋아지고 있는지 멀리 있는 것도 보이는지 눈을 좀보다 더 움직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우리의 자리는 착륙 후 아기침대가 설치할 수 있는 앞자리가 넓은 좌석입니다. 승무원이 다가와 안내를 합니다.


오늘은 기상이 좋지 않아서 침대 설치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일본은 한창 태풍이 지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아내와 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두 시간 조금 걸리는 시간이라서 아기침대가 없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죠. 비행기 이륙 전 아이가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밥시간이 찾아온 거죠. 웬만하면 이륙하고 먹이고 싶었습니다. 분유를 먹으면 귀 멍멍 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울기시작한 아이를 막을 수 없었죠.


탑승전 79도로 태운 분유병을 열심히 돌리며 식히기 시작합니다. 옆에서 아이를 진정시키는 아내를 보면서 더욱 열심히 돌립니다. 식힌 분유병을 아이 입에 갖다 대니 자신의 우유를 열심히 빨아들입니다. 이렇게 아이는 이륙 전에  다 마십니다. 하지만 아이는 이륙 후에 자신의 기분을 열심히 옹알이로 설멸해주는 동안 귀멍멍은 없어진 듯했습니다.


짧았지만 긴 2시간 반을 지나 드디어 착륙했습니다. 이렇게 한국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나고 첫 유모차를 타보고 푹신푹신한 큰 침대에서 같이 자보고 아이에게는 짧았지만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짧지만 굵직한 1박 2일을 보내고 우리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일찍 잠에 듭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제보다 커져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꿈속에서 이번 여행의 장면들이 나올까요?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들을 기억할까요?


이번 여행 또한 아이와 우리에게 큰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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