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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사원철학자 Aug 26. 2024

세상이 뒤집히다

천장만 바라보던 날은 이제 안녕

어~~~ 어~~ 어!!
여보 저 거봐!!


라고 아내를 부릅니다. 아내는 밥 먹다가 제가 부르는 소리의 목적지에 고개를 돌립니다. 아내의 점심은 혼자 아이를 돌보기 때문에 밥을 급하게 먹거나 간단하게 먹어서 저녁식사만큼은 느긋하게 할 수 있도록 웬만하면 식사에 집중하도록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 어!


아내는 밥 먹던 것을 멈추고 바로 휴대폰을 손에 들고 카메라를 켭니다. 지금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모드로 변환하는 것 또한 잊지 않습니다.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는 장면은 일생 한 번밖에 없는 귀중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등을 90도로 세우고 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밥 먹을 동안 아이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손에 쥐어준 파란색 그물 공이 아이의 머리 오른쪽 편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 공을 주우려고 했는지 공이 놓여있는 오른쪽을 바라보면서 90도로 등을 세우고 있었죠. 저희 부부는 이 순간부터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죠.


마침 저녁식사를 하기 전에 아내가 오늘 아이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아이가 점점 발을 만지기 시작하네. 이제 뒤집기 하지 않을까?" 라며 뒤집기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몇 시간도 안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아이는 90도의 등을 유지한 채 자신의 어깨와 다리에 힘을 주면서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죠. 왜냐하면 왼쪽 어깨높이만큼 힘을 주어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넘겨야 하기 때문이죠.


으끄…


계속해서 힘을 줍니다. 먼저 얼굴을 매트에 박습니다. 그리고 어깨와 다리의 반동으로 중심을 넘기려고 힘을 줍니다. 그렇게 20초 동안의 자신과의 싸움이 계속됩니다.


우와 해냈다!!


저와 아내는 함성을 지릅니다. 드디어 오른쪽 어깨가 중심을 넘어가 매트에 닿았던 것입니다. 이 순간을 잊지 못해 몇 번이고 동영상을 봅니다.



아이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점을 얻었습니다. 혼자서는 늘 누워서 세상을 바라보았죠.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사물에 호기심을 가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을 알았나 봅니다. 파란색 그물 공을 주우려고 시작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죠. 아이의 호기심이 자신의 세상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앞으로 순진한 호기심으로 어디까지 자신의 시점을 변화해 나갈지 기대합니다. 그리고 기대를 하면서도 우리의 육아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할 것도 예상합니다. 육아는 아이가 가만히 누워있을 때가 편했다고 말하는 육아 선배들의 말이 기억납니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며 그날의 기쁨을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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