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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사원철학자 Sep 30. 2024

나의 성장기

생후 4개월 된 나

이번 연재는 [영유아 검진]에서 보고 들은 것을 아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실제로 아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빠의 상상력으로 최대한 아이의 생각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00 군

멀리서 내 이름이 들려온 듯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라서 나를 불렀는지 바로 알지 못했지만 엄마와 아빠가 서둘러서 나를 안고 일어서고 난 뒤에야 알아차렸다. '내 이름이 불렸군. 이제 내가 이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컸는지 한번 체크해 봐야겠어!'


아침 8시 오늘 아빠랑 엄마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평소에는 아직도 침대에서 뒹글거리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심지어 출근해야 할 아빠도 아직 집에 있었다. 어제 잠들기 전에 둘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상기시킨다.


아빠: 내일은 드디어 4개월 영유아 검진날이네. 우리 00 이가 얼마나 컸는지 궁금하군.

엄마: 이번에 당신이 유급휴가를 써서 같이 가서 너무 도움이 돼요. 내일 검진 마치고 셋이서 놀러 가요!


이렇게 해서 나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나의 성장에 대해 확인해야 할 날이 찾아온 것이다. 검진이 이뤄지는 건강센터에는 나와 같이 태어난 달의 내 또래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아기띠를 매거나 유모차를 타고 왔거나 어느 하나 혼자 온 친구들이 없었다. 나 또한 편안하게 유모차를 타고 왔으니 말이다.


이름을 불려서 스텝의 안내를 따라서 자리에 앉았다. 담당자는 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스텝: 아이고 귀여워라.


그녀의 첫말에 나도 모르게 방긋 웃으며 대답해 줬다. 문진표를 보고 엄마/아빠에게 질문을 한다. 어른들의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스텝은 “아주 정상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네요”라고 부모님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책상에 있는 빨갛고 소리가 나는 손바닥 막대기를 나에게 들이댄다.  내 눈앞에 막대기를 들이대자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막대기를 잡는 것이다. 또 막대기를 흔들면서 좌우로 움직이자 자연스럽게 막대기에 시선이 따라갔다. 스텝은 나에게 “아주 정상이네.”라고 말해줬다.


책상 앞에서의 검진이 끝났다. 스텝의 안내를 받아 다음 검진 공간으로 옮겼다. 그 공간은 마치, 저녁 목욕을 하고 나온 뒤의 탈의실과 같았다. 다들 기저귀만 차고 맨몸으로 몸무게와 키를 재고 있었다. 다음으로 의사 선생님에 의한 고관절과 목 검사를 실시했다. 스텝은 나에게 “아주 정상이네.”라고 말해줬다.


다음으로 이유식을 만드는 비디오를 보여줬다.


'아 이제 슬슬 분유를 졸업할 때가 왔구나. 분유도 맛있었지만 매일 똑같은 거만 먹어서 지겨워지고 있었는데 잘됐군'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비디오를 시청했다. 아빠가 비디오처럼 만들어 줄지 기대가 되었다. 5분 정도의 비디오를 보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주는 코너로 이동했다. 이 코너에서 열심히 동화책을 읽어주는 스텝 덕분에 지루했던 검진의 피곤함이 없어진듯했다. 책을 잘 들었다며 나에게 읽어준 동화책을 선물해 줬다.


'야호! 아빠한테 이 책을 집에 가서 읽어달라고 해야지'


나의 4개월 간의 성장은 아주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지금같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충실한 생활을 보내기로 다시 한번 다짐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같겠지만 아이의 건강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가 태어나서 4개월이 지난 오늘, 이 날에도 같이 아이와 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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