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덩어리 등장
하루의 피로가 샤워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에 씻겨 내려갑니다. 낙심, 불안, 절망, 희망, 행복 등 다양하고 모순된 감정들이 씻겨 내려갈 때쯤 ‘호출’ 버튼을 누릅니다. 지금부터는 ‘행복’의 덩어리를 맞이하는 시간이니깐요.
신생아이를 목욕시키는 방법은 관리사님한테 배웠습니다. 적정온도, 씻는 순서, 부모가 아이를 잡는 방법 등 요령을 들었지만, 처음에는 연약한 신생아를 잡는 거 조차 조심스러워서 힘들었었죠. 점점 저희도 숙달되고 아이도 성장하고 특히 목도 가누고부터는 목욕시간에 점점 여유가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아내와 둘이서 목욕을 시켰는데, 숙달되고부터는 한 사람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평일은 제가 하고 주말에는 아내가 하기로 했죠. 먼저 아내가 샤워하고 그다음 제가 씻습니다. 깨끗한 몸이 되면 호출을 해 아내를 부릅니다.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욕실에 들어옵니다. 방긋 웃는 아이는 지금부터 목욕하는 시간이 아는 듯 즐거워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적정온도 39도를 맞춥니다. 그리고 머리, 몸, 얼굴 순으로 씻깁니다. 그 사이 아이는 욕실을 두리번거리거나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잡으려고 한다든지 자기 나름대로 이 시간을 즐깁니다. 아이에게 말도 걸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기도 하고 이 짧은 시간은 아이와의 친밀감이 급상승합니다.
깨어있는 하루에 절반 이상을 만나지 못하는 아이와 친밀감은 이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는 회복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에는 욕실에서 옹알이를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계속 머라고 하는데 그저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목욕은 아이와 저희들의 친밀감을 더욱 느끼게 해주는 시간입니다. 이러한 시간이 늘어가서 가족의 애정이 더욱 넘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진실한 애정을 전달해 주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