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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사원철학자 Nov 25. 2024

턱에 구멍이 났나?

이빨 자국

기저귀와 손수건이 놓여 있는 카고에는 어느 날부터인가 침받이 보관함이 추가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3개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꽃무늬, 바나나, 스펀지밥 무늬 등 다양한 디자인의 침받이들이 점점 늘어만 갔습니다. 아니,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배고파서 우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항상 아이의 입에 손가락을 넣어보곤 했습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물고 빠는 느낌이 들면 배가 고픈 것이고, 단순히 물기만 하면 다른 이유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이앓이입니다.



아이는 마치 턱에 구멍이라도 난 듯 침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제 수건으로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흘러내리는 침. 마치 인간을 잡아먹기 전의 에이리언처럼 말이죠. 저녁이 되면 이유 없이 한 번씩 깨어 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슬슬 이가 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손가락을 아이 입에 넣을 때마다 촉감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딱딱한 돌기가 손가락을 깨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잇몸에서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하얀 이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아이에게 제 손가락을 맡기는 일은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방심하면 진심으로 아프게 물리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아이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모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해내는 행동들 말이죠. 예를 들어, 젖병을 빨거나 기어 다니는 것, 그리고 이가 날 때 침을 많이 흘리는 생리적 현상들 같은 것들입니다.


결국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며 필요할 때마다 도와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부모로서 아이에게 많은 것을 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큰 자극이 되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부모는 더 어른이 되고, 아이는 점점 아이답게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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