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편
“우리 아이가 언제쯤 분유 100mL를 다 먹을까?”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200mL도 거뜬히 먹게 되었죠.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유식을 처음 먹이던 순간은 저에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가 점점 우리와 비슷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느끼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아이의 대변도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죠.
이제 고체 형태의 에너지를 섭취하도록 유도하면서 고민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알레르기가 잘 나타나지 않는 재료를 골라 아이가 먹기 편하도록 핸드 블렌더로 곱게 갈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신선한 채소를 사서 갈고 또 가는 것이 이유식을 만드는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얼굴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빨리 더 달라며 손을 마구 흔들고, 맛이 없으면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휙 돌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각에 관해서는 다른 감각 기관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 즉흥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맛이 없는지 한 번 먹어봤습니다.
“아빠가 미안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식재료 알레르기 반응을 살피고, 음식을 씹는 연습을 위해 만든 이유식이었기에 맛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생후 7개월이 지나면서 이유식은 점차 칼로리를 채우는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었고, 어느 정도 맛을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요리라는 느낌보다는 단순히 식재료를 갈아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5배 쌀미음에 계란을 섞고, 다시 육수를 약간 추가해 보았습니다. 최근 이 메뉴는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시 육수를 더했더니 정말 맛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더 달라고 손을 흔드는 겁니다.
“아이는 맛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이유식은 단순한 “준비”에서 “요리”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유식을 만드는 우리 부부의 고민도 점점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아이와 그 맛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기쁩니다. 아이가 맛있다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그 힘듦마저 충분히 견딜 수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