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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

결정적인 한계점이 찾아오는 때

by 노멀휴먼

퇴사는 어느 날 갑자기 솟구치는

감정적 결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음속에 쌓여온 작은 균열들이

어느 시점에서 한계를 넘게 된다.

그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비로소 결심이라는 문턱을 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크게 터진 사건”이 있어야 떠나게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퇴사의 신호는 소소한 피로,

반복되는 체념, 희미해지는 기대 속에서 자라난다.

눈앞의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감정이 결정을 만든다.


나 역시 퇴사를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특별한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크게 다툰 것도 아니었다.

단지 출근길 발걸음에 더 이상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작은 신호가 계속 쌓였을 뿐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의욕의 상실’이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던 업무가

어느 순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업무량이나 강도보다 더 큰 문제는 ‘감정의 퇴색’이다.

아무리 성과를 내도 감정적 보람이 사라지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줄어든다.

보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기력만 남게 된다.


자신의 감정이 무뎌지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무뎌짐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신호이다.

“여기서 더 머물기 어렵다”는 심리적 비상벨인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조금만 더 참아보자”라고 자신을 설득한다.

하지만 그 말은 상황을 해결하기보다

감정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국 한계점은 늦춰질 뿐 사라지지 않는다.


한계점이 찾아오는 순간엔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출근이 두렵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고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변화들이 나타난다.

감정의 경고는 무시할수록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한다.


저마다 한계점의 모양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건강 악화로, 어떤 사람은 관계 문제로,

또 어떤 사람은 성장이 멈춘 느낌으로 그 시점을 맞이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보다

그 신호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태도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에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온다.

떠나면 후회할까,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머릿속을 휘돈다.

결심의 순간은 흔들림의 순간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용기란 두려움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움직이기로 선택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흔들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이다.


퇴사 결심의 결정적인 순간은

생각보다 사소한 장면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작게 들렸던 상사의 말 한마디가

갑자기 깊게 박히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 말이 마지막 경계선을 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단지 감정적 과민반응이 아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의 층이 얇아져

마지막 한 방울을 버티지 못한 것뿐이다.

한계는 늘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 준비된 결과이다.


우리는 종종 외부 상황이 바뀌면

마음도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은

상황이 아니라 나의 심리적 상태이다.

상황은 바꿀 수 없을지 몰라도, 선택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가 계속 여기서 성장할 수 있는가”이다.

성장의 여지가 사라지면 버티는 시간은 무의미한 고통이 된다.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면 떠날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한계점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인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줄 아는 사람만이 더 멀리 갈 수 있다.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를 명확히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유가 명확해지는 순간 감정은 조금씩 정리된다.

정리된 감정은 불안을 줄이고 결정을 돕는다.


결심의 순간에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이다.

내 삶을 살아가는 주체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전환이다.

지금의 한계는 다음 길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이 된다.

끝을 인정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싹트는 것이다.


결국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은

‘더는 나를 외면할 수 없을 때’이다.

내 마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변화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그 문을 열 용기가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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