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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뚜기 Jan 24. 2024

카이로의 이상기후

이집트여행기 3:피라미드는 거들뿐

여행에서 에피소드는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생겨나곤 한다.

사실 이집트에 도착한 첫날 행복하게 잠자리에 든 것은 아니었다.


나는 신장이식수술을 했기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꼭 먹어야 한다.

저녁을 먹고 챙겨 먹는 약을 보니~ 아뿔싸! 짐을 싸다가 순간 착각하고 중요한 약 하나를 챙겨 오지 못했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영양제는 챙겨 오면서 중요한 약을 놓고 오다니…  계속적으로 나를 자책했다.

이집트는 약을 구하기 쉽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밤새 약을 싸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약을 챙기는 꿈과 약을 구할 수 없어 다시 한국 비행기를 타는 꿈으로 시달리다가 눈을 떴다.

아침에도 자책은 계속되었고, 그만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약을 구하기까지는 자책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동네 약국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딸랑 14기니 즉, 600원을 주고 필요한 양만큼 구입할 수 있었다.

자책에 대해 자유해지고, 아팠던 골치가 사라지며 갑자기 이집트가 살기 좋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사람은 간사한 존재라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아무튼 약을 구해서 다행이다.


시차가 7시간 차이가 나다 보니 새벽에 눈이 뜨인다.

이틀을 쉬면서 그간의 세월들도 캐치 업하고 이집트사람들의 특성도 들었다.

이집트는 중동이긴 해도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이집션들은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서로 와서 도와준다고 한다. 그가 교통사고를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주변을 지나가다가 차에서 내려서 사건의 시시비비를 대신 가려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런 예를 들며 이집션들은 친절하다고 내 친구 선교사가  말해주었다.


나일강이 있어서인지 렌트비에 물세가 포함되어 있어 따로 내지 않고, 전기세도 한국만큼 비싸지 않다고 한다.

중동에서 물걱정이 없다니 나일강의 축복인 듯하다.


장을 보러 잠시 나갔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큰 마트였다. 오~ 이집트!! 좋네 좋아~

카이로의 슈퍼마켓@송은지사진

그냥 자유여행을 다녔다면, 지금처럼 편안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언어, 교통수단, 숙소까지 다 해결되었으니 그냥 진짜 여행만 다니면 되니 정말 내게는 큰 축복이다.


다음날, 드디어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

가는 길인데 이건 뭐 하늘의 축복인가? 날씨가 왜 이렇게 좋은 거지?

사실, 여독을 푸는 이틀간 간간이 보슬 비가 왔다. 카이로에 비가 오다니 이상하다고 했다.

겨울이 이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가 온 다음 날은 공기가 깨끗하게 씻겨져서 인지 하늘이 아주 맑았다.

카이로 피라미드 가는길@송은지사진

피라미드 입구에는 경찰들이 검문을 대~충 한다.

특히 외국인들의 차는 거의 그냥 통과 수준이다.

검문을 통과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매표소 주변에는 차들이 거의 주차장 수준이다.

중동의 전쟁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피라미드 관광객은 세계 각국에서 온 것 같다.


입구에서부터 외국인검문을 왜 대~충 하는지 알았다.

외국인 입장료가 360기니 즉 우리나라 돈으로 1만 5천 원이다.  

현지인 입장료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이집트 물가에 비교하자면 엄청 비싼 것이다.

 

피라미드 매표소 근처@송은지사진

드디어 입장!! 날씨가 맑아서 저 멀리서도 잘 보이던 피라미드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하늘이 예술이라 이건 뭐 그냥 막 찍어도 예술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태양이 거대한 피라미드 위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가자지역 피라미드@송은지 사진

2006년에 왔을 때도 무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안 들어갔다.

어둡고 계속 구부리고 등산하는 듯 들어가야 된다고 추천하지 않았다. (때마침, 한국에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대호가 이집트를 다녀간 여행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튜브로 보니, 피라미드 안에 안 들어가길 잘했구나 생각했다.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는 것도 입장료를 따로 지불해야 한다.)


이집트는 나일강을 기준으로 동쪽은 생명의 땅, 서쪽은 죽음의 땅이라 한다. 그래서 서쪽에 무덤들이 있다.

태양신을 숭배하여 죽음 이후 부활을 위해 태양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무덤을 만들었다고 한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태양이 피라미드 안에 있는 미라에 비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 돌 하나가 2.5톤이다. 이 큰 돌을 나일강이 범람할 때 옮겨와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쿠푸왕조는 피라미드 건설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임금을 제공했고 근처에 대중목욕탕도 있었다고 하니 애굽문명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자세한 이집트 문명에 대한 것은 블로그에 엄청 많이 나와있다.

피라미드와 수로@송은지사진
Khufu Pyramid@송은지사진

눈으로 직접 보니 정말 거대했다. 수천 년 전에 이런 걸 만들었다니…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가뭄으로 애굽으로 갔을 때에 이미 이 피라미드가 있었다고 한다. (진짜인지는 각각의 연대해석에 맡긴다.)

이 거대한 무덤을 보며 아브라함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전 파라오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100살 정도라 하면 이 무덤은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3개의 피라미드가 있는데 하나는 쿠푸왕, 그리고 아들의 무덤(아버지의 무덤보다 더 크게 지으려 했지만 높이가 약간 더 낮다고 한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손주의 무덤이 있다. 이 손주의 무덤은 훨씬 작은 것으로 보아 그 왕조가 거의 끝나갈 때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가자피라미드@송은지사진

아무리 큰 문명과 신비한 피라미드라도 하늘 아래에 있다. 눈이 부시게 멋진 하늘이 있어 인간이 만든 것이 작아 보인다.


스핑크스@송은지사진

나는 눈이 부신 태양의 나라에 오면서 약도 빼먹더니 선글라스도 안 챙겨 왔다. 카이로에 있는 큰 몰(거의 스타필드 수준)에서 저렴하고 uv차단되는 선글라스를 하나 샀다.

짐 쌀 게 없다고 큰소리치던 내 모습과 반하여 구멍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의 완벽주의가 조금은 치유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실제 미라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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